같은 단어, 다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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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단어)에 담겨있는 ‘의미’는 당대의 지배적인 문화 및 이데올로기에 의해 부여된다. 계층이나 계급, 집단에 따라서도 그 의미가 달라진다.

사자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결코 인간과 소통할 수 없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언어를 통해 소통하려면 서로 비슷한 삶을 공유해야 한다. 같은 문화권, 같은 언어,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삶에서 겪는 경험이 다르면 그 언어(단어)의 의미가 달라되거나 심지어 거의 반대가 되기도 한다.

리버럴(liberal)과 리버테리언(libertarian)은 번역될 때 둘 다 자유(自由)라는 단어가 포함된다. 보수적인 공화당에게 투표하는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스스로 리버테리언에 가깝다고 말했으며, 미국 좌파의 대표적 학자인 노엄 촘스키는 스스로 리버테리언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

한국의 새누리당이나 자유경제원 같은 곳에서 말하는 자유(自由)는 ‘국가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유란 개인의 자유다. 리버테리언은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리버럴은 국가의 자유를 말하는 것일까. 이 사회에서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 스스로 리버럴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전두환 정권의 ‘민주정의당’과 현재의 정의당이 사용하는 ‘정의(正義)’는, 기표는 똑같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거의 반대에 가깝다. 물론 서로 ‘그 정의(正義)’를 말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어떤 이들은 메갈워마드의 페미니즘을 일베와 동격으로 해석한다. 원래 의미와 거의 반대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사유인 철학은 의미와 말의 일대일 관계에 의존한다. 그런데 이것이 로고스 중심주의의 오류이다. 데리다는 로고스 중심주의가 ‘이성(理性)적 언어’를 전체주의적으로 만들어서 다르거나 그에 맞지 않는 것들을 모두 배척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언어로 생각한다. 언어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언어를(단어를) 사용하는 각 개인의 감각은 각 개인의 관습(경험)에 기반을 둔 대중적 현상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 의미를 선택하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경험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자유, 정의, 페미니즘. 지금 이 사회에서 거의 반대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괴이한 단어들이다. 우리는 '사자와 인간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 같은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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