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처음 대학 강의를 시작하고 이제 16년째 접어들었다. 나의 주관적 경험으로는 튀어나오는(좋은 의미로) 학생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4년제 대학은 벽돌공장에서 찍어 나온 듯한, 다들 좀 비슷하고 모범적인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2, 3년제 대학은 전공에 관심 없고 단지 전문학사 학위만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생이 학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원한다.
최근에는 병적으로 튀어나오는(안 좋은 의미로) 학생들도 만났다. 스스로 남과 다르고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뭔가 주위를 불편하게 하는 기운을 내뿜는다. 작업도 그다지 좋지는 않다. 남과 달라야 한다는, 창의적이고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만 느껴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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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0년대의 본고사, 학력고사 시절의 교육시스템과 현재의 교육시스템 중에 어떤 것이 더 낫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무 고민 없이 7, 80년대가 낫다고 대답할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하여 최고의 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목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예전의 학교가 더 낭만적인 것도 아니다. 요즘의 학교는 예전보다 훨씬 시설도 좋고 장비도 좋다. 봉사활동, 창의캠프 등 예전과 다르게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다. 지금이 더욱 '좋은' 교육 시스템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예전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예전의 학교는 지금보다 훨씬 '허술'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틈새'가 있었다. 물론 요즘의 아이들도 얼마든지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빠져나간다'는 의미는 물리적인 얘기가 아니다.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은 '나쁜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인성과 창의력을 '강요'하는 여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확인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 또 추가되었다. 하지만 대학입시가 교육 목적의 1순위라는 것은 전혀 변함이 없다.
학교의 교육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허술함'을 점점 제거해갔다. 어떤 이들은 교육 시스템을 점점 복잡하게 개량하면서 교육을 더욱 효율 좋게 만들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스템이 '개량'될수록 튀어나오는 학생들이 점점 보이지 않는다.
허술한 시스템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있는 학생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튀어나오는 학생은 예전에도 있었고 요즘에도 있다. 그냥 원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허술하지 않은 빡빡한 교육시스템이, 튀어나오는 아이들을 잡초 제거하듯 깔끔히 솎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유행하면 정부에서 나서서 인공지능에 예산을 배정하고, 포켓몬고가 유행하면 게임에 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한다. '효율'이라는 구호 아래 학교 행정뿐만 아니라 NCS(국가 직무능력표준)을 통해 특성화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학교의 세세한 교육내용(커리큘럼)까지 관리하려고 한다.
효율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그리고 확인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시하는 부서를 만든다. 그리고.... 끝없는 랜덤 프로그래밍처럼 이 시스템은 확장되고 복제된다.
여전히 대학입시는 제1의 교육목적이다. 그 목적을 보완하겠다며 첨가한,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겠다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허술함'과 '틈새'를 말끔히 제거했다. 허술함과 틈새를 통해 겨우 조금씩 보급되는 산소를 호흡하던 금붕어들은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효율적인, 그리고 정교하게 관리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겠다는 헛된 욕심만 버린다면, 이 사회의 교육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