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눅 든 아이와 물 틀어 놓는 아빠 - 수영장에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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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에 들어온 아이는 예닐곱 살 정도 되어 보였다. 아빠라고 부르는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 아빠는 무척 과묵하다. 아이에게 별 말이 없다. 아이를 소 닭 보듯 한다. 아이는 아빠에게 아이 특유의 '애교'가 담긴 행동을 한다. 그런데 그 행동에는 주눅이 들어있다. 아빠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전형적인 '생존 애교 행동'이다.

아빠가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고 샤워장 구석에 놓은 자신의 가방에서 래시가드를 꺼내 입는다. 아이도 같이 수영복을 입는다. 래시가드가 입기 불편한지 매무새를 고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아이와 아빠가 구석에서 래시가드와 수영복을 입는 동안 사람 없는 샤워기에서는 계속 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나는 샴푸 거품을 헹구기 위해 벽 쪽으로 돌아섰다. 머리를 다 감고 다시 돌아서고 나서야 샤워장에 나 혼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를 감을 때, 내가 쓰는 샤워기 외에 다른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샤워장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샤워장에는 나 혼자였다. 아이 아빠가 틀어 놓은 샤워기와 내가 쓰는 샤워기에서 물이 세차게 흘러나왔다.

아이 아빠는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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