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가 있다.
밤이 되면 양쪽으로 펼쳐진 잎이 모인다. 해가 뜨면 잎이 벌어진다.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의 별장 뒤에 잎사귀가 날렵하고 하늘하늘한 자귀나무 숲이 있었고 우리는 무너져가는 나지막한 돌담에 걸터앉았다. 어둠과 낭창낭창한 나뭇가지 너머로 불 켜진 창의 아라베스크무늬가 보였는데...
그러나 그 자귀나무 숲은-일렁이는 별무리, 떨림, 격정, 감미로움, 그리고 고통은 내 마음속에 그대로 남았고, 해변의 어린 소녀와 그 팔다리와 열정적인 혀가 한시도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마침내 애너벨의 마법에서 풀려난 것은 그렇게 24년이 흐른 후 그녀가 또다른 소녀로 내게 나타나면서였다.
롤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