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어제 오후였다.
외출하려고 준비중이던 나에게 들려온 엄마의 호출.
"여름아, 이게 좀 이상하네? 지난번에 설치했는데..."
인터넷 결제 도중 문제가 생긴거다.
원인은 액티브엑스. 깔아도 깔아도 어느순간 또 설치창이 뜨는.
그냥 설치하면 된다니까...
"설치하세요 그냥."
"그래? 저번에 했는데 또 나오길래 물어봤어. 쏘리~ "
엄마는 컴퓨터에 겁이 많다.
나이가 많으신것도 아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겁이 많다.
특히 결제나 뱅킹 부분은 알려드려도 자꾸 겁을 먹으신다.
핸드폰으로는 이것저것 다 하시면서 유독 컴퓨터만 잡으면...
전화가 왔다.
늦었다;; 빨리 나가서 택시라도 타야겠다.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잊어버리고 문을 나서려는데
"여름아, 이거 비밀번호가 틀렸다는데?"
인터넷 결제전용 비밀번호창에 숫자4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신거다.
"아!!! 이거 저번에도 알려드렸잖아요. 이건 그 비밀번호 넣는거 아니라고요."
"왜 몇 번을 알려드려도 자꾸 그러세요? 아니 할머니도 아니고
다른건 잘 하시면서 왜 컴퓨터만 잡으면 벌벌 떠시냐고요. 이해를 못하겠네..."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해버렸다.
"저 다녀올게요."
엄마의 말을 들을 생각도 없이 다녀오겠다하고 나와버렸다.
친구들에게 이미 늦은거 천천히 간다고 전화를 하고 버스를 탔다.
음악을 듣고 있던 도중 엄마에게 톡이 왔다.
여름아, 미안해.
엄마가 자꾸 실수하네.
컴퓨터 연습을 자주 해야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어.
비밀번호랑 따로 적어놨으니까 다음에는 혼자 해볼게.
너무 늦지 않게 놀다와~
...
순간 코 끝이 찡했다.
내가 왜 그렇게 말을 했지...
그냥 한번 더 알려드리면 되는걸
왜 그리 퉁명스럽게 얘기했을까.
컴퓨터 무서워하는게 엄마의 컴플렉스라는걸 알면서도.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나온 나를 가르치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였을까.
모든게 처음이던 아이를 품에 안고 키웠던 엄마도 답답했을거다.
어른에게는 너무 당연한것 조차 자꾸 물어보는 내가 분명 귀찮았을거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한 엄마는 나에게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이런 사소한 질문마저
답답해하고 귀찮아하고 그런 감정을 내비치기까지...
엄마에겐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데.
내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
집에 오는길에 치느님을 모셔왔다.
맥주는 물론.
"다녀왔습니다~ 치킨사옴!"
"밖에서 먹고도 또 먹어? 밤에 자꾸 먹으면 안좋다니까."
"아까 제가 너무... 음... 말을 좀... 좀.."
"됐어. 괜찮아. 너 그러는거 하루이틀이니."
에...?!
너무 정곡을 찔렸다...
"죄송해요... 다음번엔 상담원처럼 해드릴게요!!"
"응 안물어볼거야 ~"
못난 자식을 둔 어머니에게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