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50. 대중음악의 흐름으로 풀어보는 군대문화 변화상

yangmok7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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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출생한 모든 남자들에게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가 있으니, 바로 군복무이다. 지금의 할아버지 세대부터 시작해서 오늘날의 갓 입대를 앞둔 젊은 청춘들까지도, 대한민국 군대에 대한 에피소드는 세월을 두고두고 모든 한국땅의 남자들 사이에서 영원히 회자되는 공통된 술자리 안주인 것이다.  이 군대문화에 대한 시대적 변화상과  그 흐름은 대중예술의 장르에까지도 그 특성을 고스란히 대변해 놓았으니, 각 시대마다 그 때의 젊은이들이 어떤 식으로 군대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예술적 음미를 파악해보는 것이 한국사회의 변천사를 읽어내는 또 하나의 방법론이 될 것이다. 

지금의 70대 이상의 어르신들께서 군복무를 하던 시기가 60~70년대이다. 이 시기는 한국사회의 권력 자체를 군출신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라서, 군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고 자유로운 문학적 예술적 표현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군대문화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완전히 교과서식으로만 표현되어져하는 아주 딱딱하고 경직되어져 있는 시대였다. 더구나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저학력자들이었고 대학생 출신이 드물었기 때문에, 병영문화가 합리적인 토론과 개선책을 상상해낼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고, 일명 무조건 "까라면 까야되는 식" 의 무식하고 몸으로 일단 때우고 보자는 식의 군대문화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대중음악들 중에서 군대문화를 표현한 몇몇 노래들은 대부분이 군가조의 국민가요 수준들이었고, 노래 안에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이라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군대문화 노래는, 가수 조영남이 불렀던 <이일병과 이쁜이> , <점이> 라는 곡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의 군 복구 기간을 살펴보면, 68년에 36개월이었고, 이것이 77년에 33개월로 줄어들게 된다.  

70년대가 저무는 1979년에 가수 최백호가  불렀던 <입영전야> 라는 곡은, 오늘날까지 40년 세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따라 부를 정도로 파격적인 느낌의 군대문화와 관련된 노래였는데, 한국 군대역사상  처음으로 입영을 하는 젊은이의 내면으로 군입대를 바라보는 두려움과 서글픔 그리고 애잔하게 묻어나는 고향에 대한 향수등,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서정적이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듯한 노래로 등장을 하였던 것이다. 이 시기에는 한국의 문화수준이 점진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서 교육수준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였고, 그로 인하여 군 입대하는 젊은이들 중에서도 대학생들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군대조직 내부에서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려는 분위기가 서서히 강해져가던 시기였었다.  아마도 최백호의 <입영전야> 라는 곡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깔려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84년에는 군복무기간이 30개월로 줄어들었고, 이 시기에 대학생들에게는 기간단축의 특혜가 많이 주어지던 시절이라서, 아무래도 젊은이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어진 결과, 문화사적으로도 군대문화의 체험담을 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다양하게 표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였던 80년대에 등장한 또 하나의 노래는, 가수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 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늙은 부사관의 꿈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다소 소박하면서도 강직한 느낌의 선율로 풀어내었던 곡인데, 이 노래역시 과거 시대와는 다르게 군복속에 갇힌 몰개성적인 군인으로서의 노래가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적으로 군대에서의 생활과 이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읊어내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노래이다. 

그리고 1990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시대인 이 시기부터는, 사회적으로도 예술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시기였기에 그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서 등장했던 군대문화와 연관된 대표적인 노래가, 가수 김민우가 부른 <입영열차안에서> 라는 노래였다.  <입영열차안에서> 라는 이 곡은,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군입대를 하기 전에 느껴지는 막연하고 새로운 곳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20대 젊은 청춘들의 순수한 감수성이 아름답게 돋보이던 노래였다. 이 시기에는 군복무기간이 84년 30개월에서  93년 기준으로 26개월로 단축되어졌고, 입영하는 젊은이들 중에도 고학력자들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과거시대처럼 억압적이고 강제적인 군기잡기식의 병영문화가 서서히 개선되면서 변화되어져 가던 시기였다.  그러한 시대적 특성 때문이었는지, <입영열차안에서> 라는 노래는, 남성적이고 강인하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듯한 풍이 사라지고, 여성적인 섬세함과 애처로운 서정감으로 노래의 분위기가 많이 대체되어져 버렸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93년에 지금의 x세대라고 부르는 젊은이들이 군대를 가던 시절에, 등장한 또 하나의 노래가 김광석이 불렀던 <이등병의 편지> 라는 곡이었다. 이 노래는 과거 70년 스일의 통기타와 포크음악 창법으로 부르던 노래이지만, 아주 서정적인 느낌이 강한 노래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군복무 시절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외로움을 달래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 노래는 참으로 감성적이고 서정감이 독특하면서도 무언가 은은하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그 시대의 젊은이들의 엄청난 공감대를 형성시키면서, 군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힘겨운 나날들을 서로 의지하면서 버티어 나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강렬한 마취제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서 2000년대를 들어서게 되자, 이미 성장기 과정에서부터 경제적 빈곤감을 체험하지 않고 자라왔던 세대들이 군입대를 하게 되는데,  그들의 병영문화에서도 밝고 발랄한 느낌이 서서히 강해져가기 시작한다. 더구나 이 시기부터는 군입대자 대부분이 4년제 대학이상의 고학력자들이라서, 군대문화가 아주 합리적이고 개성을 어느정도는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등장한 군대문화와 관련된 노래는, 그룹 자두의 <사나이 가는 길> 과  그룹 더 골드의 <2년2개월>, 그리고 크라잉넛의 <군바리>  이라는 곡이었다. 이 노래들은 펑크와 힙합계열의 노래이고, 랩송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미될 정도로,  그 시대 젊은이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잘 투영시킨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시대에는 군대문화가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것이라는 측면보다는, 사회의 민주적인 분위기의 발전과 더불어서,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군대내에서도 드러내고 표출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로 갔던 모양이다.  이 시기의 군 복무기간은 2003년에 24개월로 줄어들고, 2011년에는 다시 21개월로 즐어들게 된다. 

최근에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현행의 21개월에서 다시 3개월을 단축하여 18개월로 복무기간을 정하는 것을 계획중이라고 한다. 이 계획안은 2020년 3월 입대자부터 적용을 한다고 하는데, 과거에 할아버지 세대가 군복무하던 시절의 36개월 만 3년세월을 군대에서 보내던 것을, 지금의 손자대에는 18개월로 반이나 줄어든 기간을 복무한다고 하니,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러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지금의 젊은이들 세대는 90년대 후반부터의 인터넷문화와 스마트혁명의 시대속에서 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발굴하고 펼칠 수 있도록 보장받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세대이다. 그래서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충분히 존중받고 싶아하는 개인주의와 더불어서 무엇이든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별하려는 대화와 토론의 능력이 배양된 세대이다. 이러한 젊은이들이 군대를 체험하는 병영문화의 분위기는 우리세대가 체험하던 병영문화의 특성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군대문화를 대변하는 대중가요는 앞으로 어떤 것들이 등장하게 될지가 참 궁금하다. 이전 시대까지는 군대문화와 관련된 대중가요의 특성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느끼게 되는 서글픔과 막연한 두려움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것들이 특성이라면, 지금 세대의 군대문화와 관련된 노래는 어쩌면 군입대가 아니라 군제대를 앞두고서 막연하게 앞으로 사회로 나가면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어느 한 말년병장의 고심담을 재치있게 그려낸 대중가요가 등장하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