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한 번 이상은 모두가 들어보았을 만한 말이자 모두가 해보았을 만한 말이 있다. " 남 부럽지 않게 " 와 " 남에게 뒤처지지 않게" 라는 말이다.
이 말은 다분히 남과 나를 비교하는 열등의식에 아주 민감한 문화라는 것을 상징하는 한국사회에서의 통용어이다. 이것을 아주 경박한 말로서 풀이를 한다면, "쪽 팔리게는 못산다" 라는 말처럼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척도가 되는 가치관이 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남 부럽지 않게"와 "남에게 뒤처지지 않게" 라는 말을 사용하는 문화적 배경속에는 개인의 행복이 아닌 집단주의적 삶의 표방이 목표임을 알 수 있는 뉘앙스도 포함되어져 있다. 집단주의가 내세우는 평균치에 맞아 들어가야만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의 보장받는다는 의식이자, 이것을 다르게는 " 많이도 안 바란다. 절반만 해라" 혹은 " 남들하는 거 반만 해도 괜찮다" 라는 표현으로도 상징화 되어지는 것이다.
이 집단주의적 성향속에서는 집단 속에서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고 개인의 의사, 감정, 취향은 너무나 쉽게 무시가 되어진다. 오로지 집단주의적인 거시적 성과가 우선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정을 일일이 관여하지도 챙겨주지도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설령 그러한 것이 있더라도 집단주의의 이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차원에서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연스럽게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서열문화가 생겨나게끔 되어져 있고, 내부에서는 서열화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꼰대질' '갑질' 이 나타나게끔 되어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갑질문화' 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도 지금의 세대에서부터 나타나게 된 것이지, 그 전까지만 해도 이것을 비판하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만약 과거시대에 이것을 비판하려고 꼰대의 갑질을 향하여 머리를 쳐들게 되면, 그 순간부로 "싸가지 없는 놈" 으로 찍혀버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장 잘 체험할 수 있었던 시절이 과거 50~80년대 사이의 군사독재정권 시대의 시절문화였다. 마치 온 사회에 지배적으로 흐르고 있는 문화적 토양은 군대식 문화의 연장이었으며, 서열주의와 상하복명의 위계질서가 군대만이 아니라 직장과 가정까지도 모든 곳에서 지배적인 것이 한국인의 생활문화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군대를 모델로 하여 조직화되어져 있는 사회였고, 이 당시에 유행하던 조직문화의 대명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였다.
과거의 이러한 집단주의식 군대문화의 패턴이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들 중에서 하나가,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학과잠바 혹은 학교잠바 등의 입는 옷에 자신의 소속을 표기하여 과시하려는 심리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학생들의 동일교복이나 직장인들의 동일작업복 등도 그 소속단위별 조직에 맞춰서 동일한 로고를 부착하고 같은 종류의 옷을 입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역할의 구분에 필요한 실용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집단주의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같은 로고가 표기된 옷을 입는다는 차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보여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같은 종류의 옷에 출신학교 학과 학번등을 표기하여 같은 옷을 입고서 길거리를 걸어다니거나 같은 곳으로 가서 단체활동을 하는 식으로 자신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누리고 뽐내고 싶어하는 심리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것이 직업적 역할과 소속구분의 필요성에 의해서 그렇게 입는 것이 아니라, 집단주의적 심리를 표방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그렇게 옷을 입는다는 것은 다분히 소속연대감 속에서 자신은 집단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고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남 부럽지 않게" 그리고 "남들한테 뒤처지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안전한 틀이 생기게 되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 시대에는 집단주의가 강조되어지기 어려운 시대이다. 지금은 개인의 의사, 감정과 취향이 더 중요시되는 개인주의적 사회로 변화 되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에 집단주의적 가치관보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더 우선시되는 성향으로 진화해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지금의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화는 아주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 먼저 사회의 주체로서 올바르게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만 타인과의 경계를 바르게 인식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개인과 개인간의 존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하던 시절을 거쳐온 세대의 눈에는 오늘날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이기주의적 성향으로만 비춰질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라는 것은 분명히 서로 다른 것이다. 개인주의는 자신의 개인을 중심으로 해서 사회의 중심임을 자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역시도 동등하게 존중을 하면서 개인간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가치관이라고 하지만, 이기주의는 타인과의 관계나 타인의 감정과 취향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일방적인 관점으로만 밀고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기주의라는 것은 지금시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시대의 꼰대질과 같은 일방적인 독선적 자기주장과 거의 흡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라는 단어에 대해서 과거시대에 인식하던 것은 거의 이기주의적인 개인주의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오늘날의 개인주의라는 단어는 합리적인 개인주의라고 볼 수 있겠다.
합리적 개인주의라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남에게도 양보하고 타협할 줄 아는 겸양의 미덕을 실천하는 개인주의이다. 그래서 합리적 개인주의 속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연대와 공존을 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의 자유를 존중할 줄 알고 자신의 자유도 보장받으려는 아주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들어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 50년대 ~80년대 사이의 군사독재정권 하의 국가 발전 단계에서는 오히려 군대식 문화를 표방한 생활문화의 가치관 지배가 강하게 형성되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덕택으로 전쟁의 폐허를 딛고서 빠른 시간내에 국가를 일으켜 세을 수 있었고 또한 국가의 조직을 빨리 형성시켜서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음이니, 과거시대에는 꼰대들의 갑질문화가 다분했더라도 그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화가치관이었음은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성장과 팽창의 시대가 마감하고 질적인 면을 중요시하고 실질적인 생활의 안락함을 추구해나가는 시대에 진입해있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과거의 집단주의적 꼰대들의 갑질문화가 더 이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고보면 시대에 따라서 어떠한 문화의식과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문화패턴이 등장하느냐는 다른 것인데, 분명히 지금의 시대는 더 이상 꼰대들의 갑질을 달거워 하지 않는 시대임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