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쿠토, 어느 살인자의 회심(9~10)

woojooin(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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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y

그 밤, 호쿠토는 아홉살이었다.
낮에 학교에서 피구를 했기 때문에 배가 몹시 고팠다. 다행히 아버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늦는 걸 알고 있는지 어머니는 목욕 중이었다. TV에선 9시 뉴스를 하고 있었다.
호쿠토는 눈앞에 차려진 식탁을 집어삼킬 듯 쳐다보고 있었다. 가자미조림과 닭고기야채조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아스파라거스를 넣은 베이컨말이는 무척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밥그릇과 국그릇은 엎어져 있었다. 목욕탕에서는 샤워소리가 들렸다.
'지금이라면 들키지 않을지도 몰라.'
온 집안에 울릴 만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났다. 아버지가 언제 오실지 알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한 입이라도 좋으니 뭐라도 먹고 싶었지만, 몰래 먹었다가 어떤 꼴을 당할지 생각하니 온몸이 감전된 듯 뜨겁게 저려왔다. 호쿠토는 의미도 모르는 경제 뉴스를 초조하게 쳐다보다 일기예보가 시작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욕탕의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밥만 먹으면 모르겠지!'
호쿠토는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부엌으로 갔다. 살며시 밥솥 뚜껑을 열었다. 주걱으로 갓 지어진 밥을 조금 펐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왔다. 호쿠토는 냉장고에서 마요네즈를 꺼냈다. 그리곤 따끈따끈한 밥 위에 동그랗게 뿌렸다. 공포감으로 다리는 덜덜 떨렸지만 입 안엔 침이 잔뜩 고였다. 이미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에 넣었다. 눈물이 날 만큼 맛있었다. 한 입 더 먹을 수 있다면 이대로 저녁을 굶어도 좋을 정도였다.
"누구 허락받고 먹는 거니?"
시코우의 목소리가 비수처럼 호쿠토의 가슴에 꽂혔다.
"잘못...."
아버지는 온화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언제 돌아온 걸까. 끔찍하게 무서운 미소였다.
"뭐 먹으면서 말하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그 밥은 어떻게 할거니?"
방금 전까지 최고로 맛있다고 생각했던 밥이 공원 놀이터의 모래처럼 느껴졌다. 개똥과 빈 깡통이 굴러다니는 근처 놀이터다. 이대로 삼키는 게 좋을까. 아니면 재빨리 뱉어버리고 잘못을 비는 게 좋을까. 어린 호쿠토의 마음은 둘로 나뉘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호쿠토는 결단을 내렸다. 곧 그 시간이 시작된다. 자신을 아픔과 분리시키고, 마치 다른 사람을 보듯 바깥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 어차피 오늘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이다. 호쿠토는 모래알 같은 밥을 꿀꺽 삼키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이 집에서 공식으로 사죄할 때의 각도다.
"잘못했습니다.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테니 용서해 주세요. 배가 너무 고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고개를 들었을 때에도 아버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호쿠토는 절망했다.
"괜찮으니 얘기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