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우는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기만 할뿐, 사과하는 일이 없었다.
‘세상은 냉혹해. 한 발이라도 양보하면 모든 걸 내놓으라고 하지. 그게 이 사회의 냉혹함이야. 얼간이에 탐욕스런 놈들뿐인 세상이지. 명심해, 호쿠토. 네가 살아갈 세상은 무서운 곳이야.’
그 뒤 시코우는 점점 더 규모도 작고 월급이 낮은 회사로 옮기기를 반복하며 사십대가 되었다. 마지막에는 방문판매법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악질 리모델링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생활을 꾸렸다.
호쿠토네는 도쿄도 마츠시마 뉴타운에 살고 있었다.
거대한 구릉을 다져 조성된 뉴타운에는 스물두 동의 아파트가 미래의 공원도시처럼 들어서 있었다. 지어진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허름했고, 입주자 대부분이 60이 넘은 노인들이었다. 시코우가 이곳을 고른 이유는 집세가 싼데다 속이기 쉬운 노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방 셋짜리 표준형 구조에 사는 호쿠토네 집은 6-B-1102호였다.
아버지가 귀가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집안은 마치 냉장고처럼 차가워진다. 방금 전까지 손이 닿았던 벽과 천장이 기묘하게 뒤틀리며 멀어진다. 공포는 호쿠토의 시각과 거리감마저 왜곡시켰다.
“나 왔어.”
찰그락,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울린다. 돌멩이를 으스러뜨리는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낮게 퍼진다. 어머니인 미사코와 호쿠토는 잔뜩 긴장한 채 이제 곧 시작될 공포에 대비한다. 무엇을 계기로 시코우의 분노가 폭발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사소한 이유로도 종이에 석유를 끼얹은 것처럼 미친 듯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시코우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지만, 몇 시간이나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저녁은 이미 차려져 있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시코우를 부르러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시코우가 저녁을 먹을 마음이 생길 때까지 미사코와 호쿠토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이었던 호쿠토가 밤 11시가 넘도록 배를 곯며 저녁을 참는 일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괴로운 기억이다.
어머니 미사코는 시코우의 첫 직장이었던 주택건설회사에서 안내데스크 일을 하고 있었다. 전문대 졸업이라 입사 연차는 2년 빨랐지만 동갑이었다. 시코우는 여자는 무조건 얼굴만 예쁘면 된다는 성향이었기 때문에 3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뻔질나게 안내데스크에 들렀고 결국 미사코를 낚았다. 아내를 때리기 시작한 것은 결혼과 전직이 겹친 20대 후반부터였다.
미사코도 호쿠토 편이 아니었다. 호쿠토가 배고픔에 못 이겨 반찬이라도 하나 집을라치면 곧바로 때렸다. 그럴 때 미사코는 손으로 직접 때리지 않았다. 자기 손이 아프다는 이유였다. 그대신, 미사코가 집안 여기저기에 놓아둔 것은 세탁소 옷걸이였다. 그 옷걸이를 두세 번 꼬아 회초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호쿠토의 손이며 머리, 어깨, 목덜미에 내리친다. 아버지의 주먹으로 맞는 둔탁한 아픔과,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피부를 태우는 듯한 날카로운 아픔. 호쿠토가 부모님을 떠올릴 때,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그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