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걸레로 위액을 닦고 현관 바닥에 흩어진 시험지 조각을 주웠다. 100 숫자는 찢어져 있었다. 점수 옆에 찍혀 있던 빨간 스탬프를 보자 그제야 눈물이 났다. 호쿠토는 소리 죽여 울었다. 눈물이 마구 솟았다. 아버지는 스탬프가 찍히는 그 짧은 순간만큼도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월계수 잎으로 테두리가 쳐져 있는 스탬프의 가운데에는 이런 글자가 있었다.
참 잘했어요.
가족과 보내는 시간 가운데 호쿠토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몇몇 순간뿐이었다. 정말로 즐거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러나 때로는 당장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찌푸린 하늘이 걷히고 옅게나마 햇빛이 비치는 듯한 시간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드라이브를 갈 때가 좋았다. 차는 늘 구형 중고 자동차였지만, 차종에 까다로운 아버지는 크라운만 고집했다.
난폭한 아버지도 운전하는 동안에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쿠토의 눈에는 그 어디에도 아이를 때리는 어른은 없었다. 호쿠토는 밖에서는 안전했다.
그날 호쿠토네는 가루이자와로 밤 단풍구경을 갔다.
운전을 잘 하는 아버지는 늘 그렇듯 우스이고개로 난 국도를 선택했다. 자동차는 폭이 좁고 구부러진 비탈길을 달렸다. 죽음을 각오한 가을 나뭇잎이 비단처럼 머리 위로 펼쳐져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198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팝송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음 만나던 시절에 유행하던 곡이라고 했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가 호쿠토의 지정석이었다. 앞좌석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다가오는 경치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호쿠토는 차가 속도를 내는 것이 좋았다. 가족 셋이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함께 있는데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폭력이나 불합리한 분노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한없이 좋았다.
"아버지, 속도 좀 더 내요."
목소리에 어리광이 묻어나는 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호쿠토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알았어."
눈 앞엔 짧은 직선 도로가 있고, 왼쪽엔 단풍에 물든 낭떠러지가 높이 솟아있었다. 아버지는 말끝나기 무섭게 악셀을 밟았다. 엔진이 괴로운 듯한 소리를 내고 차체 뒤쪽이 한 번 덜컹 내려앉더니 맹렬한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가속도에 호쿠토의 몸이 뒤로 밀렸다. 속도계 바늘이 점점 올라갔다.
"여보, 차 좀 세워요."
어머니가 문 안쪽 손잡이를 꽉 붙들며 소리쳤다. 호쿠토도 몸을 앞으로 기울여 운전석에 앉은 아버지를 살펴보았다. 아버지의 눈은 묘하게 번뜩이며 정면을 쏘아보고 있었다. 곧 급커브가 시작되는데 속도를 줄일 기미도 없었다. 그 시선은 커브가 시작되는 지점이 아니라, 그 너머 맑은 가을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드레일을 돌파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걸까. 아버지의 눈은 세상의 이치를 집요하게 설명하며 호쿠토를 때릴 때처럼 투명하게 취해 있었다.
"아버지, 차 세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