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이 다른 부모들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는 건 내가 칭찬받을 만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일 거야.'
어느 여름날 오후, 호쿠토는 결심했다. 부모가 그 나이의 아이한테 바라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공부 잘하는 것과 집안일을 돕는 것.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호쿠토는 부모님한테 칭찬을 받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가난한 집안이었으므로 광고 전단지를 연습장 삼아 뒷면이 새까매질 때까지 한자를 쓰고, 눈을 감고도 풀 수 있을 만큼 산수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그와 동시에 현관 청소와 욕조 청소, 복도 걸레질도 했다.
'일단 한 달 동안 열심히 해보는 거야.'
호쿠토는 좋아하는 TV만화도 보지 않고 공부와 집안일에 매달렸다.
'이렇게 하면 언젠가 아버지도 함께 캐치볼을 해주겠지! 어머니도 다정하게 꼬옥 끌어안아 줄 테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기말고사 시험을 봤다.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국어와 산수 둘 다 100점을 받은 호쿠토는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한테 시험지를 내미니 딱 한마디뿐이었지만 잘했다고 해주었다. 안아주지는 않았지만 첫 성과치고는 괜찮았다. 평소라면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아버지의 귀가도 몹시 기다려졌다. 호쿠토는 반으로 접은 시험지를 등 뒤에 감추고 현관에서 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버지가 돌아온 시각은 7시였다. 아버지가 구두를 벗기도 전에 호쿠토가 말했다.
"아버지, 저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거요. 이것 좀 보세요."
지친 얼굴의 아버지는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꽃모양 동그라미 안에 100이라는 숫자가 뽐내듯 자리잡고 있었다. 호쿠토는 아버지한테 칭찬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뭐야, 이 자식. 이깟 백점 맞은 거 갖고 지금 이러는 거야? 나랑 장난해?"
아버지가 어째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충격으로 머리가 멍해졌다. 그 순간,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배에 주먹이 날아들었다. 옷걸이로 맞는 아픔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뱃속에 새까만 태양이 생겨난 것 같은 아픔이었다. 호쿠토는 현관 앞 마룻바닥에 위액을 토했다.
"까불지 마. 시험이 뭐 어쨌는데? 이까짓 것."
가죽구두의 앞코가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우는 것도, 비명을 지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호쿠토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아버지는 시험지를 박박 찢어 현관에 흩뿌렸다. 그리곤 구둣발로 호쿠토의 뒤통수를 짓밟았다. 쉰내 나는 위액에 호쿠토의 얼굴이 뭉개졌다.
"두 번 다시 성적 갖고 자랑하지마. 알겠어? 까불다가 세상 놈들 눈에 띄었다간 살아남지 못해. 항상 눈에 띄지 않도록 숨죽이고 지내라고. 대답은?"
한 달 동안 노력했는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는데. 아버지는 칭찬해 주지 않는다. 앞으로도 절대 그런 일은 없겠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나 같은 건 어찌돼도 상관없다. 젖은 바닥에 이마를 댄 채 호쿠토는 대답했다.
"네. 고맙습니다."
"알았으면 됐어. 이거 치우고 바닥 깨끗하게 닦아 놔. 곧 저녁 먹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