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저는 엄마야말로 가부장제 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언니
맞아. 가장 슬플 때가 남성사회의 피해자인 엄마가 가해자인 아빠 편을 들 때야.
나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게(가부장제) 너무 당연한 세대였잖아요. 그래서 어머니들은 그거를 너무 당연시 여기고 있는데 우리 세대는 여성주의를 비롯해서 남성사회에 대항하는 여러 가치관을 배워서 지금 사회가 굉장히 이상하다는 걸 알죠. 저는 여기서 딜레마를 느껴요. 사실 아빠랑 싸울 때는 아빠는 가부장제의 기득권자라서 아빠 탓을 할 수 있지만, 엄마는 달라요. 내가 학교에서 배워 온 가치관으로 엄마와 싸우면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이때까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가 되는거죠.
언니
엄마는 그게 마음이 찢어지는거야. 그래서 나도 엄마랑 싸울 땐 하고 싶은 말이 이-만큼 있어도 요만큼만 해. 엄마가 상처받을까봐.
어디서 들은 건데, 자식은 연 날리는거랑 똑같다고 하더라. 그저 하늘에 띄우고 나서 바람에 맡기고 흔들릴 때에만 잡아주면 알아서 잘 날아다니는 것처럼, 자식도 그렇다더라.
근데 우리 어머니 세대는 본인을 자식한테 희생해서 그게 어려운거야.
나
제가 제일 혐오하는 티비 프로는 렛미인이에요.
언니
아 그 프로 진짜 미쳤지.
그 편 알아? 그, 아내가 아이 낳고 살찌니까 남편이 바람 피는거.
나
미친새끼.
아니, 아내가 출산 후유증으로 살이 쪄서 남편이 바람을 피운 거면 남편이 이혼을 당해야지 왜 아내가 살을 빼고 성형을 하냐고요. 진짜 미친 프로였어요.
나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가부장제의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봤었어요.
언니
오, 뭔데? (초롱초롱)
나
그 글에서는 제일 극단적인 예를 들었어요.
아무래도 그래야 이해하기가 쉬우니까 그런 거겠죠?
우선 가정을 해요. 만약에 한 가정에 딸 넷에 막내 아들이 하나 있다고 해봐요. 이런 집은 보통 아들을 낳고 싶어서 줄줄이 자식을 낳은 경우죠.
언니
그렇지.
나
원래 아이들은 동생이 생기면 사랑과 애정을 동생한테 빼앗긴다는 생각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실제로 부모님이 큰애한테 동생보다 어른스러울 것을 강요해서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식으로 딸 줄줄이 낳다가 아들 하나 겨우 낳은 집은 큰애들의 스트레스가 훨씬 심할 수밖에 없어요. 애초에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집안인데 거기서 막내로 아들이 태어나 봐요. 온갖 관심과 애정은 아들한테 쏠리겠죠. 이 때 딸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온갖 차별과 서운함을 당하게 돼요. 그렇게 남동생을 향한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갖고 있다가, 성인기가 됐을 때 이 동생놈이 결혼한다고 여자를 데리고 와요. 그럼 그 누나들이 어떤 생각이 들게 되겠어요? 남동생의 여자친구, 그러니까 올케를 괴롭힐 생각을 하는거죠. 남동생한테는 화를 낼 수가 없으니 동생의 여자친구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예요.
비슷한 맥락으로 시어머니도 똑같은 상황이예요. 자신을 괴롭혔던 시어머니에게 당한 서러움을 이제 며느리에게 푸는 거죠.
언니
그게 대물림으로 이어지는게 너무 슬퍼. 결국 남성중심사회가 불러 온 여성 혐오네.
그것도 여성이 여성에게 하게 되는.
나
그게 진짜 너무 슬프고 짜증나요.
어쨌든 시댁의 횡포도 결국 가부장제가 초래한 일이잖아요.
언니
맞아. 하지만 시어머니랑 시누이들을 용서할 수도 없는 상황이야.
결국 남성의 권력에 편승을 하게 된 거니까. 근데 그렇다고 마냥 탓할 수도 없어.
나
언니도 아이린 82년생 김지영 그거 봤죠? (웃음)
언니
아, 응 ㅋㅋ 효과 한방이더라
나도 그 책 아직 안읽었는데-
나
저도 아직 안읽었어요. 얼른 읽어야 하는데
언니
올 해 학회에서 그 책 읽자고 하자!
여성학 책 읽으면 신입생들도 좋아할거야
나
완전 찬성.
언니, 00(학회 신입생)는 여대 오고 싶어서 왔대요.
언니
왜?
나
페미니즘 하려고 왔대요. 남자가 없어서 좋대.
언니
오 좋아. 제일 빡치는게 "여대엔 남자 없어서 재미 없겠다~" 이말 ㅋㅋ
나
아 진짜 그 말 제일 싫어요.
오히려 없어서 좋다고.
오늘 낮에 학회 회장 언니랑 밥 먹으면서 나눈 대화다.
아, 나는 독서토론 학회를 하고 있다.
올 해에 읽을 책들 중 82년생 김지영이 들어가게 되었다.
언니가 사준 밥은 넘모 맛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