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사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 대다수가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페미니스트가 된 나조차도 고등학생때까지(*그러니까 약 2년 전)는 페미니즘의 ‘페’자만 들어도 진저리를 쳤으니까.
고등학생때 내가 접한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은 과격한 행동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그 이면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왜 페미니스트를 싫어했나?
10대때 내 생활은 상당히 대한민국에서 평범했다. 학교, 학원, 집, 그리고 가끔의 휴식. 휴식이라 해봤자 어디를 놀러가거나 그런건 아니고, 그저 핸드폰으로 하는 인터넷 서핑이 전부였다.
페이스북에 자주 들어갔었다. 그냥 쭉 읽었다. 보통 눈팅이라고 한다. 눈팅을 하다 보면 사회적 이슈 글이 여럿 보인다.
그것들 중 댓글을 보면 남녀가 편가르고 싸우는 것을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논리가 없었다. 그저 서로를 헐뜯고 싸우기 위한 전쟁터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상대방이 했던 것을 똑같이 따라하며(이를 미러링이라 칭한다) 폭력적인 언어와 과격한 행동을 취했었다.
그때부터 페미니스트를 싫어했었다. 내 관심은 오직 과격한 페미니스트들이었고, 그들과 대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사실상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 주의는 온통 페미니스트들에게만 기울여져 있었던 것이다. 매우 편협한 시선으로.
그들이 왜 화가 났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과격한 그들이 싫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계기가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그러니까 인터넷 밖 세상을 알고 나서부터 였다.
10대땐 입시에 치여 큰 틀을 보지 못했다면, 지금은 그 틀을 깨고 이제 막 세상 밖에 나온 상태이다. 세상에 나오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양성에 대한 편견이 뿌리가 깊은지 실감했다.
앞으로도 나는 많은 글로 그 세상이 우리에게 갖는 편견을 서술하겠지만, 오늘은 내가 왜 뼛속부터 페미니스트였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어린아이들은 페미니스트처럼 생각한다
어린아이란, 사회의 때가 타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을 말한다.
페미니즘이 거창해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굉장히 일상적인 일들을 주제로 다룰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여러분은 모두 “남자는 울면 안돼.” 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이에 순수한 아이들은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왜?”
이게 페미니즘적 발상이다. 왜 남자는 울면 안되는가? 여자아이는 울어도 여자는 울면 안돼, 라는 별 말도 안되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문제는, 이 순수한 아이들을 어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남자는 씩씩해야 해.”
”여자아이는 분홍색이 어울려.”
”남자아이한테 소꿉놀이 세트를 왜 사다 줘?”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커서 자기가 듣고 자란 말을 아이들에게 반복한다.
학회 언니가 유치원 봉사를 다녀오고 말했다.
”남자애가 여자애를 때리길래 때리면 안 된다 했더니, 아 이래서 여자들은 안돼 라고 말하는거 있지. 또 여자애가 위험한 행동을 하길래 하지 말라고 했더니,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왜요? 여자라서요?’ 이렇게 묻더라. 진짜 당황스럽고 화가 났어, 부모님들한테. 나는 절대 애한테 그런 소리 안하고 키울거야.”
그래서, 나는 왜 뼛속부터 페미니스트였나?
드디어 이 글의 제목이 나왔다.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좀 쑥스럽지만, 나는 어릴 때 또래들보다 조금 성숙한 편이었고, 이걸 이용(?)했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때 일이다.
나는 본디 게으른 성격이라서 방정리를 매우 귀찮아 했는데(물론 지금도!), 아빠가 내 방을 보시더니, “여자애 방이 이게 뭐니.” 라고 말하셨다.
나는 이 때 “아빠, 거기에 여자가 왜 들어가. 그냥 내가 게으른거야.” 라고 받아쳤다.
이게 성숙이랑 무슨 관련이 있냐면, 아빠를 당황시키려고 일부러 저렇게 순진한 척 물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 10살 밖에 안 된 어린애였으니, 아빠 눈엔 충분히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로 보였을테고, 이를 잘 이용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다 생각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저런 말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일부러 저렇게 받아쳤던거지만 저건 내 진심이었다.
페미니스트가 된 후에 생각해보니 확실히 내 정신은 페미니스트였다.
거창한 것만이 페미니즘이 아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점이다.
생각보다 단순하고, 일상적이다. 분명 성별 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차이가 아닌 차별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앞으로 이에 대해 많은 것을 서술할 예정이다.
예전에도 쓴 내용이지만,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게 상당히 두렵다.
사람들은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과 여성이라는 것에만 집중하지,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이 곳에서는 내가 여성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공격받지 않기를 바라고, 나는 여러분과 행복하고 싶으니 질문이나 동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이성적으로 묻기를 바란다.
페미니즘은 그냥 여자들 이익보기 위해서 하는 거 아냐? 라던가, 여자는 군대 왜 안가? 같은 질문은 아직 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직 나는 페미니즘의 요-따만큼을 서술했고, 할 이야기가 매우 많기 때문에 그 질문은 내가 페미니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서술할 때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