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정확히는 글을 쓰려 시도하고 있다. 적절한 글귀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창 밖을 보며 멍해지려던 참이다. 한 할머니가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비질하고 계시다.
참 거리가 지저분하구나. 문득 유럽 여행 중 런던을 들렀을 때가 떠올랐다. 온갖 쓰레기들이 바닥에 버려져 있었고, 심지어 버스 좌석에도 쓰레기가 놓여 있었다. 그래, 런던에 비하면 서울은 깨끗한 편이지.
그리고 런던에 대한 한 가지 기억이 더 떠오른다. 역시 쓰레기에 관련된 기억인데, 사이 좋게 손을 잡고 가던 한 모자(母子)가 길을 걸으며 과자 봉지를 버리던 모습이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솔선수범하여 쓰레기를 바닥에 버렸고, 아이는 굉장히 신난다는 듯 쓰레기를 하늘 높이 던져 버렸다.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이었던 터라 그들 모자는 내 머릿속에 깊히 박제되었다.
런던의 모자에 이어, 나는 또 다른 기억이 하나 연상된다. 초등학생이었던지 혹은 초등학생도 아니던 어린시절이었던지 모를 아주 오래 전, 나와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계절도 요즘 같은 한 여름이었다. 대형 마트도 없고 배달 서비스도 없던 그 때, 어머니와 시장에서 한가득 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당시의 나는 조그마한 어린 아이에 불과하여 제대로된 물건 하나 들지 않았는데, 그나마 내 손에 유일하게 들려 있던 것은 내 칭얼거림을 받아줄 아이스크림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스크림도 곧 내게는 불편한 짐이 되었다. 집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고(사실 얼마 안남았지만 어린아이의 인내심이란...) 아이스크림은 비닐포장과 나무막대만 남은 것이다. 나는 찐득찐득함을 견디지 못하고 쓰레기를 바닥에 버렸다. 나는 아마 어머니가 그냥 지나칠 것이라 생각했던 듯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러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두 손에 든 짐에도 불구하고 뒤로 지나간 쓰레기를 주우러 몸을 돌리셨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쓰레기를 들고오시며, 쓰레기통에 이르러서야 쓰레기를 손에서 놓으셨다.
현재의 나는 웬만해서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지 않는다. 내가 바닥에 버리지 않을 뿐 아니라, 일행이 버린 쓰레기를 도로 줍는다. 마치 내 쓰레기를 줍던 우리 어머니처럼 말이다. 예전에 만났던 한 친구는 자신이 버린 쓰레기를 내가 꼭 다시 주워 손에 들고 다니니, 미안했던지 나 몰래 버리고는 모른채 하곤 했다. 나는 지금의 나에게서 과거의 어머니를 마주한다고 느낀다.
내 자유로운 사고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 쓰레기를 흥겹게 날려버리던 아이는 지금도 그렇게 어머니의 행동을 따라 쓰레기를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서울의 거리가 그나마 런던보다 깨끗한 이유는 우리 어머니와 같은 분이 좀 더 서울에 많기 때문이 아닐까. 또 그 자녀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행동을 전염하고 또 전염해 나가서가 아닐까.
이제 창 밖의 할머니도 쓰레기를 전부 치우고 자리를 뜨셨다. 한결 깨끗해진 거리를 보며 나는 다시 글 쓰기를 시도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