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발생하며 우리는 언어에서 경험을 배제하고, 글 자체를 정보를 담은 기호로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꽃’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 단어가 들판에 실재하는 ‘꽃’들을 직접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관하여 기원전 3세기 중국전국시대의 조趙나라 문인, 공손룡公孫龍이 제기한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논변은 꽤 유명합니다. 그가 적은 죽편에는 다음과 같은 형식 논리가 적혀 있습니다.
백마는 말이 아닐 수 있는가?
그렇다.
어떻게?
‘말馬’은 모양을 가리키고, ‘희다白’라는 것은 색깔을 가리킨다. 색깔을 가리키는 것은 모양을 가리키는 것과 다르다. 따라서 백마는 말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흰 말은 말이 아닌 것입니다.
자, 진정하시고 공손룡이 한 말의 의미를 설명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일반 언어를 기호화하여, ‘말馬’의 의미 범주를 A라하고, ‘희다白’의 의미 범주를 B라고 쓰면, '흰 말'은 A∩B 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학적 논리에서, A∩B ⊂ A 이지만, A ⊄ A∩B 이므로, A∩B ≠ A 의 식이 성립함을 알 수 있는데, 이를 다시 일반 언어로 이를 풀어내면, 흰 말(A∩B)은 말(A)이 아니다(≠)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엇, 듣고 보니 그럴듯하잖아” 싶은 이 궤변은 사실 언어가 가진 이중적 의미를 절묘하게 파고들었을 뿐입니다.
실상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는 B이다”라는 언어는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로 A=B라는 의미를 갖고, 둘째로 A⊂B 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전자의 의미로 “내 스팀잇 아이디는 @wakeprince이다”라는 명제의 역인 “
@wakeprine는 내 스팀잇 아이디이다”가 성립하는 한편, 후자의 의미로 “나는 사람이다”의 역인 “사람은 나이다”가 성립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공손룡은 오로지 첫 번째 의미에만 집중하여, 습관처럼 받아들여지는 두 번째 의미와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공손룡의 논리 전개는 흰 말(A∩B)은 말(A)이 아니다(≠)로 결론을 내지만, 이 문장을 듣는 우리는 관습적으로 흰 말(A∩B)은 말(A)이 아니다(⊄)로 받아들이면서 혼동이 된다는 말입니다.
제 블로그의 커버 이미지 좌측을 담당하는 아래 그림은 이처럼 의미가 확실하게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궤변을 상징합니다. @wakeprince 계정은 깊은 사고思考보다는 좀 더 가벼운 감상感想을 적을 요량으로 생성한 까닭입니다.
모쪼록 @wakeprince가 제 짧은 생각과 여러분의 고견이 소통하는 창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Gleick, J. (2017). 인포메이션 . 박래선, 김태훈 (번역). 서울 : 동아시아 (원전은 2011년에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