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비장애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해”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의 잿빛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어느새 알록달록한 색깔로 채색된 건물이 초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의 정체는 실험적인 예술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공간 ‘대안공간 눈’이다.
대안공간 눈은 이윤숙 대표와 남편 김정집 관장이 지난 2005년 자택을 개조해 만든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2014년엔 ‘예술공간 봄’도 생겨서 전시 공간이 확장됐다.
전시실을 운영하는 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뒷집 주인이 “(동네의) 50년 역사가 허물리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인수를 오히려 요청했다고 한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대안공간 눈의 할 일과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장애인 작가와의 작업이었다. 이 대표는 “2014년 전시실(예술공간 봄)이 확장됐지만 운영은 힘들었다”며 “그러다가 어려운 사람들이 생각났고 ‘소울음아트센터’ 작가들, 그동안 대안공간 눈에서 전시한 작가들, 이곳에 관심이 있고 전시하고자 하는 작가들을 공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12월 소울음아트센터와 함께 개최한 ‘행복에세이 전’의 시작이었다. 소울음아트센터는 중증장애인 화가들의 창작활동공간이다.
물론 대안공간 눈의 작업이 장애인 작가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대안공간 눈은 지역 주민을 포함해 노인,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예술 활동을 지지하고, 마을에 예술을 불어넣어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을벽화 사업이 있으며, 최근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중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지브라 아트페어 2018’도 진행 중이다.
2015년 ‘행복에세이’ 이후 장애인 작가와의 작업도 놓지 않았다. 지난 4~5월엔 김준호 작가가 개인전을 열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제공했다. 대안공간 눈이 올해 시작한 ‘사회소수자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전시였다. 신체장애가 있어서 손을 쓸 수 없는 김 작가는 입으로 드로잉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김준호 작가의 작품을 보고 관람객들이 아주 깜짝 놀랐다. 김 작가는 입으로 볼펜을 작고 작품을 그렸다. 볼펜으로 뭘 그리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김 작가는 간단하면서 재밌게 작업을 했다. 콘셉트도 명확했다. ‘볼펜으로 그렸다고?’이럴 정도로 감동을 줬다.”
김 작가의 개인전은 김 작가 스스로에겐 자신감을 주는 시간이었고, 비장애 예술가들에겐 많은 생각이 들도록 만든 시간이었다.
“비장애 작가들은 전시기간에 잘 안 나온다. 물론 다른 일을 하느라고 그러는 거겠지만 김 작가는 아르바이트 나가는 것 빼고서는 매일 나왔다. 손님도 정말 많았다. 김준호 작가는 정말 성실하게, 정말 최선을 다해, ‘작가는 이래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니 사람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윤숙 대표는 장애인 예술가와 작업을 하면서 몰랐던 점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에도 마주하게 됐다. 장애인 예술가는 복지가 잘돼 있는 장애인 관련 센터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행복 에세이’를 해보니까 장애인 예술가들은 다른 데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바라는 것 같더라.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다. 김준호 작가가 저렇게 밝고 주눅 들지 않은 것은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그를 똑같이 대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저도 레지던시를 하게 된다면 비장애와 장애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장애인 작가와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그 영역은 장애인에만 국한되진 않았다. 장애인을 뛰어 넘어 사회적 약자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가을에 공모를 할 것이다. 어딘가 숨어 있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 수원에 매일 오는 사람들 말고 공모를 해 볼 것이다. 장애인 예술가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 노인들, 지역의 전공자 못지않게 작품을 하시는 분들을 찾아서 작업하고 싶다. 장애인 예술인들과 함께 하다보니까 관심이 있는 또 다른 장애인 작가가 오더라. 그리고 ‘나도 해봐야지’ 힘을 얻으신다. 그런 희망이 아주 불끈불끈 느껴진다.”
- 글 :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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