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하루만이라도 ‘파란’ 하늘을 보고 싶은 꿈.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느냐고 말씀하실 분들이 계실 것을 안다. 어릴 적에는 하루하루가 파란 하늘이었기 때문에 당연할 줄만 알았던 파란 하늘이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마스크를 챙겨야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지하철 창에 비친 눈만 드러나 있는 내 얼굴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언제부터인가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되는’ 하늘은 희뿌연 회갈색으로 덮여버렸다. "내 어릴 적은 하늘은 아주 파랬어”라는 20년 전에 들었으면 정신병자로 취급될 수도 있던 말이 이젠 자랑이 되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가끔 현실 세계에서 벽에 마주쳐 우울함이 극에 달할 때 이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내가 마치 생지옥에 떨어져 있다는 착각도 든다.
가끔은 무섭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2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 그때는 마스크가 아니라 산소호흡기를 달고 다녀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면 벌써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이는 다른 것을 탓할 수도 없다.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60%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중국 등에서 유입된 것이고, 나머지 40%는 국내문제라고 한다. 즉, 약 55~60%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대기에 떠 있다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이 이 물질들과 화합 반응을 거치며 우리의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미세먼지로 전환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조금씩이라도 자구 노력을 통해 해결한다고 하자.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들도 나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서해에 트럼프의 역작인 멕시코 장벽을 세워 막을 수 있는 노릇도 아니지 않은가.
더 안타까운 것은 그나마 찬 바람으로 미세먼지를 날려주었던 겨울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날씨는 무지하게 추웠어도 맑은 공기는 신나게 마실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난 추운 날씨를 아주 싫어하지만, 이번 겨울은 추위가 오는 날이 반가웠다. 참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지. 근데 이젠 겨울이 가니 어떻게 해야 하나? 마스크를 박스로 사놓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속상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주위에 배경화면처럼 속해있는 것들에 대한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공기, 물 등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들은 물론이고, 부모님이나 친구와 같은 사람들도 그 범주에 포함된다. 우리는 평소에는 인식을 못 하다가 없으면 빈 공간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 빈 공간에 대해 아쉬워 할 때마다 이런 후회를 예전에도 했었던 기억을 다시 상기하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핑계 댈 때 널리 활용되는 명제를 머리에 다시 한번 새기는 것이 보편화된 과정이다. 참 피할 수 없는 굴레 속 인생이다.
오늘의 공기가 맑다면 "아! 아직은 맑은 공기가 있는 날도 있구나" 크게 심호흡해보고,
내가 마실만 한 깨끗한 물이 있다면 "아! 인도는 호텔에서 물 마셔도 배탈 나는데,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이 있구나!"라고 위안을 가져보고, 편히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고맙다" 라고 하면서 어깨 한번 두드려주고, 부모님이 계신다면 꼭 한 번 전화해서 "사랑해요"라는 부끄러운 말 한마디 건네보는 하루를 만들며 내게 쓰인 굴레를 오늘만큼은 벗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