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된(?) 얘기입니다.
대학교에서 신나게 놀다가 군대를 다녀오니 이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개탄을 하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살기 시작했죠. 머리는 나쁜데 시간을 쏟아 부어 넣으니 나쁘지 않을 정도의 학점과 자격증 한 개를 손에 넣었습니다.
저는 매우 당당하게 제가 입사하고 했던 증권회사에 취직 원서를 넣기 시작했더랬죠. 근데 뭐 인생이 쉽습니까? 초반에 연달아 서류에서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참 당시에 수도 없이 받았던 아래의 멘트가 마음을 많이 상하게 하더군요.
“귀하는 '매우 뛰어난' 인재이지만, 저희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 좋은 기회 어쩌고 블라블라블라...”
제가 정말로 뛰어났으니 한번 봐준다(?)고 생각하며 분을 삭였습니다. 근데 언제까지 분만 삭일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이 반복되던 와중에 덜컥 제 ‘인생'에 대해서 겁이 났습니다. 전 도대체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냐고 주위 사람들에게 참 많이 묻고 다니곤 했습니다. 그때 회사에 취직한 지인분들은 빙그레 웃기만 하더군요. (전 이 이유를 회사에 들어간 후에 매우 정확히 알게 됩니다)
뭐 하여튼 그땐 그랬습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내가 세웠던 목표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참 어떤 일을 하든 힘이 나질 않더군요. 그러던 와중 덜컥 “에이 그냥 지원이나 해보자”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던 나름 굉장히 좋은 회사로부터 서류합격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게 됩니다.
참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게 달고 단 열매이구나, 드디어 내 노력에 대해 선물을 받았다고 말이죠. 뭐 나름대로 면접에서는 말썽 안 부릴 것 같은 얼굴(?)과 조곤조곤한 말솜씨(?)로 아주 운 좋게 입사가 결정됩니다. 신나게 정장도 맞추고 신발도 사고 들뜬 마음을 부여잡고 새벽에 졸린눈 비비며 일어나 회사로 첫 출근 했습니다.
일주일 후, 저는 인생의 진(眞)맛을 제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느꼈습니다.
과연 내가 약 30년 동안 준비해서 들어온 평생의 생활터전과 이를 통해 내가 얻고 싶었던 그 멋진 목표들이 파도에 맞은 모래처럼 일순간에 부서졌습니다. 이때부터 제 부질없지만 나름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중요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너무 철학적이고 쓸모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심각했습니다. 제 정신줄을 붙잡고 있던 것들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이 무너졌거든요. 그러면서 경제적 자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찾아왔습니다.
이런 진 빠지는 하루하루를 벗어나기 위한, 아니죠, 극복해내기 위한 엔진을 갖춰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연료를 못 찾았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이 와중에 귀한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나름 멋지게 풀어 써놓은 ‘미움받을 용기’란 책입니다.
"인생은 선이 아니라 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제 머리를 세게 가격했던 구절입니다. 책에서 이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사는 것일까? 바로 인생을 '선(線)'이라 여기고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그 선의 인생을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인생은 '산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라는 것이다. 만약 인생이 '산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라면 우리는 대부분의 인생을 '길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길 위에서 보내는 인생을 '가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인생은 '지금'이라는 무수한 '찰나'의 연속이다. 따라서 과거도 아닌,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빈틈없이 살라고 주문한다. 아직 오지 않을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내 삶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어떠신가요?
제가 왜 이 문장들이 머리에서 못 내보내고 있는지, 공감하시는 부분이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저는 위의 문장을 아래와 같이 이해합니다.
제가 세워놓은 목표는 지금의 저와 매우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예전에 적었던 굉장히 자조적이고 회의적인 글을 통해 꿈이 필요한지 스스로 물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꿈이 생각보다 요원했고, 손에 잘 잡히지 않았거든요. 물론, 제가 세운 목표가 너무 허황됐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실망감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안 그래도 깃털과 같은 멘탈이 흔들렸습니다.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사회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3~50대는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고민이 가장 많은 세대입니다. 이 와중에 우리는 나름의 계획을 세워놓고 인생이라 멀고도 짧은 길을 걷는데 중간에서 그 꿈이 바뀌거나, 환경에 변화로 포기하게 되면 크나큰 좌절감을 견뎌내야 합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을 산다면 생각의 프레임을 가지고 인생을 바라보면 인생을 사는 것이 굉장히 심플해 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순간순간, 하루하루를 뜻깊게 산다면 자연스럽게 ‘꾸준함’과도 친근해질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인생길을 걸어가기 위해 필요한 연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점이신가요, 아니면 선이신가요?
만약 저처럼 선과 같은 인생을 살아오셨다면, 같이 점과 같은 인생을 한번 살아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오늘도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 같이 화이팅 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