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를 보았다.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다리가 수십 개 달린 지네처럼 생긴 벌레다. 예전 집에서는 자주 출몰하는 녀석인데 집을 옮긴 후 오랜만에 보니 낯설었고 두려웠다.
근데 이 친구를 발견한 장소가 조금은 남달랐다. 내 방의 등은 천장에 매립되어있다. 즉, 네모난 등이 천장에 들어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보았다. 그 친구도 답답했는지 그 공간을 나가려고 사각 모양의 궤도를 그리며 뱅뱅 돌고 있었다. 저 매립된 등은 겉으로 봤을 때 들어갈 구멍이 없는 매몰형이기 때문에 다리 수십 개 달린 친구가 어떻게 저 안으로 들어갔는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배회하다가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틈 사이로 나와 내 방에서 돌아다닌다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도 궁금했다.
갑자기 무서웠다. 저 친구가 나와서 내게 다가온다고 하니, 저 정도 속력이면 1m 거리는 3초면 돌파할 것 같은데 나는 어디로 피해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내가 잠을 자고 있는데 그때 혹시 빠져나와 내 입속으로 쏙 기어들어간다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지 않을까와 같은 망상까지 나의 뇌는 총력을 기울여 스스로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그때였다. 위를 들어 다시 봤는데 그 벌레가 없었다.
눈 뜨고 봐도 없었다. 분명 내가 발견한 후 30여분 가량 그 안에서 뱅뱅 돌고 있었는데 사라졌다. 정말 큰일이 났다고 생각한 나는 방바닥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벌레가 들어왔던 내가 알지 못하는 천장 구멍으로 돌아갔거나, 빈틈을 찾아내어 천장으로부터 바닥으로 기어 내려왔구나 말이다. 식은땀이 났다. 사방을 두리번 했으나 역시나 그 친구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드디어 내 두려움이 실현되었다. 아마도 내가 잠을 청하기 위해 바닥에 누웠다면 그 즉시 어두운 구석 한쪽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내게 돌진하겠지?
겁에 사무친 나는 결국 어젯밤을 거실 소파위에서 보냈다.
조그마한 두려움으로 시작된 망상이 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이렇게 확대되었다니. 아, 인간은 이렇게 심약한 존재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뇌 속에만 존재하는 조그마한 우려는 절망과 공포를 먹이로 성장한다. 우리의 뇌 구조는 그렇게 짜여있다. 반복해서 생각하는 행위는 그 녀석을 계속 키워가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나도 어제 내 머릿속의 벌레를 키운 것이다.
어제의 나는 어땠는가? 공포와 우려를 삭히지 못한 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키워 나 자신을 전장에서 이탈하게 하지 않았는가? 100% 확실한 투자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있다면 그것은 99.9% 사기일 것이다. 특정 자산을 사고 그 자산이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인내하는 것은 공포와 두려움과 싸움이다. 이를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키워선 절대 안 되며, 처음에 크기가 작었을 때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
투자 좀 했다는 나는 어제 완전히 투자에 실패한 사람과 같이 행동했다. 결론은 뭔가? 괜히 불편한 소파 위에서 잔 것으로 인해 지금 무지하게 피곤하며, 컨디션은 바닥이고 벌레에 대한 우려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어 저녁에 집에 가면 다시 한번 그와의 조우를 경험할 수도 있는 처지에 있다.
많이 힘든 구간이다.
코인 생태계 여기저기서 잡음이 많다. 주식투자는 아무리 중간에 노이즈로 인해 주가에 변동성이 크게 생겨도 결국에는 이익의 함수다. 기업의 이익이 올라가면 주가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스팀도 그렇다. 스팀잇 생태계에 참여하시는 분이 늘어날수록 가치는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다.
부디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 아닌 벌레와의 동침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노이즈를 만들어내기를 즐기는 '뇌'라는 친구를 잘 다독이신다면 좋은 성과를 내실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