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나에겐 삶에 있어서 중요한 몇 가지 포인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났던 해이다.
길고 길게 느껴졌던 한 해를 시간 순으로, 중요한 사건 별로 정리해보려한다.
올 한해는 시작부터 임팩트가 있었다.
2016년 10월 경 최순실의 태블릿피씨 유출 이후로 굴비엮듯 여러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며, 결국 박근혜 탄핵심판선고까지 한 편의 영화와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박근혜 탄핵심판 선고를 하기 직전까지 설마설마 하며 마음졸이고 있었지만, 선고가 내려진 순간 앞으로 이 세상이 조금은 상식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그 기대가 충족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2016년 12월 부터 "임상심리 슬쩍 들춰보기"라는 팟캐스트를 취미삼아 시작했었다.
이 때 포부가 커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에 글과 사진을 올렸었다.
이를 본 한 친구(@jihangmoogan)이 "너네 블로그 할거면 돈 벌 수 있는 블로그 해보는게 어때? 내가 자기소개 썼더니 10달러나 받더라고."라고 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머리에 번개를 맞은 느낌을 받으며 곧바로 스팀잇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
가끔 말하곤 하지만, 내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선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하다. 스팀잇 덕분에 이 꿈이 좀 더 많이 땡겨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친구에게는 나중에 차라도 한 대 사줘야겠다 ^^
2012년 군대에서 어머니가 마지막 면회를 오신 이후로 2017년 6월까지 전화통화만 하고 실제로 뵙질 못했다.
어머니께서 일본에 계셔서 한국에 오시지 않았기 때문(일본인은 아니시다).
대학원 일정이란 것이 거의 이틀마다 일정이 있다는 변명으로 일본을 찾아가지 못했는데, 다행히 논문이 거의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주일 정도의 빈 시간이 나 일본에 갈 수 있었다.
5년만에 뵌 어머니는 많이 늙으셨지만 그래도 건강해보여 다행이었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정말 반가웠다.
3박4일 간 고모님과 누나, 누나의 친구와 함께 어머니의 가이드를 받아 여러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매일의 기록을 스팀잇에 생생히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어찌보면 큰 행운인 것 같다.
2015년 1학기를 시작으로 2년 반 동안의 임상심리 대학원 생활을 마쳤다.
사실 대학원 첫학기에는 정말 힘들었다. 평소 그다지 성실하지 않은 나이기에, 우리 대학원의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쏟아지는 세미나 과제는 내 머리에 과부하를 주기에 충분했다.
힘든 1학기 생활 때 깨달은 것은 "이러다 내가 죽겠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2학기 때부터는 가능한 선에서 모든 것을 빨리 마무리해버리고 쉬는 것을 택했다.
이 때 부터 다른 전공 사람들과 서로 강의를 해주는 모임을 하기도하고, 책모임을 하며 팟캐스트 녹음도 시작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내 마음의 여유와 미래에 대한 꿈의 자양분이 많이 된 것 같다.
사실 졸업논문을 너무 불성실하게 써서 잠시 위기가 찾아왔지만, 운이 좋았는지 순조롭게 석사학위 논문 출판에 성공하고 졸업까지 하게되었다.
어떻게 보면 올해의 피날레를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마무리한 듯 하다.
바로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오던 임상심리 전문가/정신보건 임상심리사1급 수련 과정에 합격한 것.
각 병원마다 거의 한 명의 수련생만을 뽑는데 반해, 거의 모든 병원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지옥같은 구조의 수련과정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빨리 웃고, 어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고통 받고 있다. 나는 빠른 축은 아니지만 올해가 가기 전 구원받은 사람 중 하나이다. 사실 나도 내가 어떻게 합격했는지 잘 모르곘다... 그저 매일 정신을 놓고 뭔가를 해왔고, 그 결과 합격했다.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어디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뒤틀린 구조가 원망스럽고 이해가 가지 않긴 하지만, 어찌됐든 내가 100명이 넘는 사람들 중 1명의 합격자가 되었다는 것은 평소 자신감이 없는 나에게 그나마 지지대가 되어줄 좋은 기반이 되었다.
내년부터 다시 힘든 수련길을 걸어야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올 한해를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사회적으로도, 나 개인에게 있어서도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여러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났던 2017년인 것 같다.
아마 앞으로 삶을 살며 이런 임팩트 있는 해가 다시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고마웠다 2017년. 잘 부탁한다 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