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아버지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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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프다.

저희 아버지는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십니다.

연세가 있으시니만큼, 지금 아버지가 앓고 계신 병들을 나열해 보자면, 먼저 10년정도 된 고혈압이 있고요, 다음으로 무릎의 골관절염이 있으십니다. 전립선 비대증도 있으시구요, 문제는 요즘 살이 많이 찌셔서 복부비만이 아주 심하신데, 관절염때문에 운동을 마음껏 할 수는 없는 그런 상황이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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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울에 올라온 김에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 문제에 대해서도 진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하셔서, 어제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셨습니다.

하필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아버지가 추천해주신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간병한 기록을 담은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평소에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만 병원을 바라보다가 오랜만에 환자 보호자의 입장이 되어서 그럴까요, 병원 방문은 솔직히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저야 병원에서 실습을 해서 병원의 안내판만 보고도 ct는 어디가서 기다리면 되겠다, 기다리는 동안 다음 검사 예약을 하고 오면 좋겟다, 이건 저 사람한테 말해야겠다 따위의 것들을 알고 있어서 아버지를 모시고 여기저기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아버지 혼자 병원에 오셨으면 꽤나 고생좀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아버지를 괴롭혀온 증상들은 20대부터 있었고, 병원에 오려는 결심도 아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모시고 갈 수 있을때가 되서야 용기를 내서 한 것인데 왠지모를 아쉬움과 섭섭함 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누가 윽박지른 것도 아닌데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하고싶거나 묻고싶은 얘기를 다 하지 못했고, 진료실을 나와서야 후회가 됩니다.

더구나 당일에 수면다원검사와 ct촬영을 모두 했는데 검사비만 80만원 가까이 나오더군요. Ct촬영이야 우리나라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말도 안될정도로 싼 걸 알고있어서 한 10만원정도 할것을 예상했지만, 수면다원검사가 60만원이 넘을줄은 몰랐습니다. 배울때는 그렇게 어려운 검사라는 생각은 안들었거든요.

물론 검사비용이 검사를 처방한 의사 주머니로 들어가는것도 아니고 ,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데에 많은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찾아본뒤, 억한 심정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아마 저는 그나마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서 그랫을 겁니다. 아니었다면 의사들 돈독 올랐다고 욕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환자와 의사 사이의 오해와 간극을 줄이는데 기여하고싶다는 꿈이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환자로서 마주하는 병원과 의료진의 입장에서 마주하는 병원은 이렇게 다른 공간이구나.

의료진이 나와 내 가족에게 잘못한 것이 없어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안들고, 섭섭한 것이 환자입니다. 병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병으로 괴로워했을지, 병실에 들어와서 나갈때까지 얼마나 두려울지. 의료진이 헤아리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 의료진은 병원에서 사는 사람들이기에 모든 일이 너무도 당연하고, 환자는 모든 것이 어렵고 위축되고,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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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고, 괜히 욕먹기 쉬운 이야기지만, 앞으로는 조심스럽게 의사와 환자 간의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서로 다른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워보이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물론 명절은 지나서 포스팅 하게 될듯 합니다.^^

스티미언님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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