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위대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항상 위대한 투자는 아닌 이유

tolany(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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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항상 위대한 투자는 아닌 이유

오늘은 뻔한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요즘 생산성 덕후, 펀더멘탈 덕후스러운 글을 자꾸 썼더니 혹시나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서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비싸게 사면 좋은 투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관련된 우리의 영웅 워렌 버핏 옹의 이야기부터 하나 들어보시죠.


It's far better to buy a wonderful company at a fair price than a fair company at a wonderful price.


적당한 기업은 아주 싼 값에 사는 것보다, 아주 우량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낫다는 버핏 옹의 말입니다. 오늘 주제와 관련된 부분은 이 버핏 옹의 말 중에서도 이 부분입니다.


to buy a wonderful company at a fair price


조금 더 좁혀보면,

at a fair price

입니다. 네, 오늘은 가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가격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개체와 투자라는 행위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업은 이렇습니다.


돈 버는 기계


기업의 가치에 대해서 많은 관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질적으로 기업은 돈 버는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는 기업보다 훨씬 우월한 다른 수단이 퍽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투자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돈 버는 기계를 돈 주고 사서 돈 버는 행위


제가 생각하는 투자라는 행위는 이렇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대체로 기업의 생산성과 동행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합성함수(composite function)의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투자행위는 합성함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단에서 수행하는 생산성 분석과 투자자단에서 수행하는 수익성 분석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량한 기업과 우량한 투자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function-composition.png

[composite function]


왜 다른 것일까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 우량한 기업과 우량한 투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량한 기업이란 어떤 기업일까요?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기업은 돈 버는 기계"라는 개념에서 생각해보면 우량한 기업은 "돈 잘 버는 기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돈을 잘 번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간단합니다. 자본금 대비 많은 현금흐름을 창출하면 "성능 좋은 기계"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걸 비교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지표가 ROE 또는 ROIC 등이 될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주주들이 출자한 자금과 그 자금으로 사업활동을 영위함으로써 벌어들인 이익금의 합계로 당기에 벌어든이 이익금을 나눈 비율이니까요. 즉 다음과 같습니다.


ROE = NI/E = "번 돈/ 내놓은 돈의 장부가"


우량한 기업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한 "돈 잘 버는 기계"라는 개념과 그걸 구체화하기 위한 '돈을 잘 번다는 것'에 대한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우량한 투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차례입니다. 투자라는 행위를 앞에서 뭐라고 정의했었죠? "투자는 돈 버는 기계를 돈 주고 사서 돈 버는 행위"라고 정의했습니다. 결국 우량한 투자란 무엇일까요? 물론 수익률이 높은 투자입니다. 그런데 이 수익률이라는 개념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익률 = 수익/원금 = "번 돈/ 내놓은 돈"


위에서 살펴본 ROE 공식과 똑같지 않나요? 공식의 형태가 동일합니다. 그리고 위 분수는 분자와 분모에 동일한 숫자를 곱하거나 나누어도 값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렇게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ROE = (NI/Outstanding Shares) / (E/Outstanding Shares)

수익률 = (수익 / 보유주식수) / (원금 / 보유주식수)


그럼 ROE 식의 분자는 주당 순이익(즉 EPS)이 되고 분모는 주당순자산(즉 BPS)이 됩니다. 그리고 수익률 식의 분자는 주당 가격 변화분이 되고, 분모는 주당 매입가가 됩니다. 이때 'PBR = 1 고정'이라는 조건이 추가된다면 ROE와 수익률은 완전 동질적입니다. 반면에 "PBR 고정"이라는 조건이 추가된다면 ROE와 수익률은 같은 추이로 동행하지만 처음 BPS와 주당 매입가의 차이만큼 절편 값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PBR 무작위"라는 조건을 추가하면 ROE와 수익률은 서로 독립적이 됩니다.

그럼 위와 같이 정리한 내용을 어떻게 워런 버핏 옹의 말과 연결 지어야 할까요?

결국 투자자는 최소한 장기적으로 고정되는 수준의 PBR 수준에서 자본을 투입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기업의 생산성과 투자자의 수익성이 동행을 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경우는 장기적으로 PBR 수준이 하방은 막히고, 상방은 열린 수준일 때입니다. 이런 경우가 언제일까요? 워렌 버핏 옹이 말한 "at a wonderful price."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PBR이라는 개념은 0부터 무한대까지의 값을 갖는 값이기 때문에 "at a wonderful price."는 절대적인 수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0에 가까워질수록 사실상 하방이 막히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러면 "a wonderful company"를 "at a fair price"가 아니라 "at a wonderful price."인 수준에서 사면 더 좋은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런데 사실 당연합니다.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아주 탁월한 기업을 PBR의 하방은 막히고, 상방은 열린 가격에 살 수 있다면, 이때 투자자가 향유하는 수익률은 기업의 생산성 수준 + PBR 상방 수준이 될 테니 당연히 훨씬 더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정말 드뭅니다. 그리고 그 너무너무 드문 기회를 기다리느라 아주 생산성 높은 기업이 적당한 가격에 거래되는 시점(최소한 기업과 투자자가 동행할 수 있는 시점)을 전부 포기하는 것은 기댓값 차원에서 썩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버핏 옹은 막상 아주 생산성 높은 기업을, 하방은 막히고 상방은 열린 가격 수준에서 투자한 경우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장기적으로 PBR이 하방이 열린 수준에서 자본을 투입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이 경우 기업의 생산성이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기대했던 수준"만큼 충분히 탁월하지 않은 경우, 기업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투자자는 기업의 생산성과 PBR 하향이 상충되면서 기업의 탁월한 생산성의 효익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간단하면 세상에 아주 많은 워렌 버핏 옹이 있을 것입니다. 어디가 문제일까요? 기본적으로 "a wonderful company"라는 개념이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과거의 수치일 뿐입니다. 과거에 좋은 성적을 받았던 학생이 아무래도 미래에도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분명 그중에서는 분명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역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있습니다. 결국 "a wonderful company"라는 개념은 이론적으로 완전한 개념이지, 현실에서도 완전한 개념은 아닌 것입니다. "a wonderful company"인 줄 알고 "a wonderful company"에 대해서 적절한 가격을 지불했는데, 만약에 그 회사가 "a fair company" 였다면? 혹은 "a terrible company" 였다면 어떻게 할까요?

짧은 잡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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