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 월만즉휴 (떠날 때를 알아야)
월만측휴 (月滿側虧 달 월, 찰 만, 곁 측, 이지러질 휴) : 달도 차면 기운다
달도 차면 기운다. 사물은 가장 융성한 때를 지나면 반드시 쇠퇴기가 있다는 걸 비유.
떠날 때를 알아야
사기에는 수 많은 재상들이 등장합니다. 재상들의 팔자도 뒤웅박 팔자입니다. 자신들이 모시던 주군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됩니다. 힘들 때는 같이 하기 쉬워도 권력을 잡으면 권력을 나누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신들을 대접했던 권력자들도 있었고 권력을 나누기 싫거나 자신의 과거에 찌질한 모습을 기억하는 공신들을 처단했던 권력자들도 있었습니다.
떠날 때를 알았던 범려, 범수, 채택, 강태공, 주공, 장량이 있었고 조금 늦었던 상앙, 오기, 문종이 있었습니다.
사람들마다 상황은 달랐지만 더 이상 이룰 것, 올라갈 곳이 없다면 후배들을 위해서 또 자신을 위해서 떠나야 합니다.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이 없을 때,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면 자신의 권력을 던져야 할 때 입니다.
예를 들어서 권력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이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더 이상 중심이 될 수 없다면 도태되고 있는 중입니다. 더 이상 자신의 후배들에서 줄 것이 없을 때가 떠날 때입니다 후배들에게 줄 것이 없다면 배신을 당할 것이고 주군에게 더 이상 드릴 것이 없다면 팽을 당할 것이고.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고 옛날 이야기나 하고 복지부동을 하고 있다면 떠날 때.
세상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What have you done for me lately?
채택이 범수에게
채택은 연나라 사람으로 고향에서 불우하게 살다가 진나라에 들어와 재상이 되어 출세한 인물이다.
채택은 공을 세운 후에는 물러나는 것이 최상의 도라고 재상인 범수를 설득하여 물러나게 한 후 재상이 되었다. 후에 그도 스스로 물러나 평안한 말년을 보냈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월만즉휴(月滿則虧)의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성공했으면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말라 (成功之下, 不可久處)
범수와 채택은 모두 고향에서는 인정 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살았고 곤란을 겪었으나 자신들의 뜻을 잃지 않았고 성공한 후에는 미련 없이 물러나 어진 사람들을 따랐기 때문에 사마천이 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기에는 월나라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케 하는 공을 이룬 후 「이미 목적을 달성한 군주 곁에 오래 있는 것은 위험하다.」大名之下, 難以久居」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 도주공이 된 범려.
천신만고 끝에 秦나라 재상이 되어 큰 공을 이루었으나 떠돌이 객 채택의 말을 듣고 감복하여 재상의 인을 내놓고 응 땅으로 돌아가 응후로 봉해져 여생을 편히 마친 범수,
범수에게서 재상의 자리를 이어받아 많은 공적을 쌓다가 여불위가 나타나자 그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돌아가 강성군에 봉해진 채택등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 분명했던 세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채택이 말했다.
「어떻게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십니까? 대체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은 차례로 할 일을 다하면 물러갑니다. 이토록 4계의 순서가 분명하듯 사람이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도 역시 분명하오. 공을 이룬 자는 물러나기 마련이며, 뒤에 오는 자가 나아가는 법입니다.」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승상이 물러날 때가 바로 지금이기에 한 말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누가 감히 나를 몰아낸단 말인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신체가 건강하고 팔 다리가 성하고 눈과 귀가 밝아서 지혜로운 것이 선비의 바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러하다.」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서 만물을 다스려 각기 뜻을 펴게 하여 각자의 위치를 찾도록 도와주고, 하늘이 내려준 명대로 사는 길, 그것이야말로 성인이 말하는 상서롭고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하오.」
「이 나라의 정승이던 상앙과 백기 장군, 초나라의 오기(吳起), 월나라의 문종 같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선비들이 바라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아니 그런가.
상앙은 효공을 섬길 때 몸과 마음을 다 하였고, 다른 생각을 품지 않았으며 공과 사가 분명하여 상과 벌을 공평히 시행하였다. 그리고 남의 원망을 사고 옛 친구를 속이면서까지 위나라 공자 앙을 붙잡아 진나라의 사직을 안전하게 하였다.
그는 또한 백성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으며, 결국에는 타국의 장수를 사로잡고 적을 격파하여 진나라의 영토를 천리나 개척하였으니 그를 모범으로 한다 하여 안 될 것이 무엇인가?
「그렇다면 오기는 어떠합니까?」
오기는 초나라 도왕(悼王)을 섬길 때 사사로운 이익으로 국가의 이익을 해치지 못하게 했고, 아첨꾼들이 충신을 가리지 못하게 했다. 그는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았고, 말을 억지로 꾸미지 않았다. 도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구차스럽게 하지 않았고, 위험하다고 하여 행동을 바꾸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군주를 패자(覇者)로 만들었으며, 국가를 강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닥치는 화나 재앙도 결코 피하지도 않았다.
대부 문종은 또 어떠한가.
월나라 구천을 섬길 때, 그가 모시는 군주가 곤욕을 당할 처지에 있었으나 그는 충성을 바치는데 게을리 하지 않고, 그의 군주가 비록 망하게 되었어도 온 힘을 다하여 군주를 섬겨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공을 이루었다 하여 자만하지 않고, 부귀한 몸이 되어서도 교만하거나 나태하지 않았다.
이 세 사람이야 말로 의로움과 충절의 표상이다 . 그래서 군자는 의를 위해서는 어려운 일을 하다가도 죽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죽는 것을 자기 집 돌아가는 것처럼 여기고, 살아서 치욕을 겪는 것보다는 죽어서 영예로운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선비란 본래 자기 몸을 죽여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니 정의를 위해서라면 죽더라도 결코 원망하지 않으니 어찌 세 사람이 선비가 바라는 대상이 아니겠는가?」
채택이 말한다
「물론 상군, 오기, 문종은 신하로서는 훌륭했습니다만, 그들의 군주가 훌륭하지 못해 비명에 갔던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이 세 사람이 공을 세우고도 자랑하지 않은 점을 칭송하지만, 어찌 불우하게 죽은 것을 부러워하겠습니까?
만약 죽음을 통해서만 충성을 드러내고 이름을 얻는다면 미자(微子)와 같은 사람은 어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며, 공자 같은 사람도 성인이라 할 수 없으며, 관중 같은 사람도 위대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명대로 살았습니다. 이들이 앞서 세 사람처럼 비명에 죽지 않았다 하여 그들만 못하다 하겠습니까?
대체로 명대로 살고도 공명을 이룬 자를 가장 훌륭하다고 하며, 공명을 이루었으나 제명에 죽지 못하고 비명에 죽은 자를 그 다음으로 치며, 이름을 더럽히면서까지 제명대로 산 인물을 가장 아래로 칩니다. 승상은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범수가 대답을 못한다.
채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상군과 오기, 문종 같은 인물은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고 공을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인물이지만 그들은 모두 비명에 죽었습니다. 승상은 아직도 그들처럼 비명에 죽기를 바라나이까? 아니면 문왕을 도왔던 강태공이나 성왕을 보필했던 주공(周公)처럼 살겠습니까?」
채택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승상이 나라를 위하여 쌓은 공로가 상앙이나 오기, 문종과 비교하여 어떠합니까?」
「나의 공로는 그들에 미치지 못하오.」
「지금 당신의 군주가 충신을 가까이하고 옛 친구를 잊지 않는 점에서는 효공, 도왕, 구천만 못하고, 당신의 공적과 군주의 총애나 신임을 받는 정도는 또한 상군, 오기, 문종만 못합니다. 그런데 당신의 봉록은 많고 지위는 높으며 가진 재산은 위 세 사람보다도 많습니다. 만일 당신이 물러나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당신에게 닥칠 근심은 세 사람보다 클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승상을 매우 위태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범수는 대꾸를 못했다.
「'해도 중천에 오르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에 있어서나 성하면 쇠하는 것이 천지의 변함없는 이치입니다. 나아감과 물러남, 굽히고 펴는 것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은 성인의 변함없는 도리입니다. 그래서 나라에 도가 시행되면 나아가서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시행되지 않으면 물러나 숨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