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오희정님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희정 : 왜 나를 인터뷰하는가?
오쟁 : 솔직하게 말해서 당신을 몰랐다. 매달 용돈을 벌기 위해 인터뷰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희정 : 그럼 돈 때문인가?
오쟁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게 할당된 여러 뮤지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하나씩 다 들어봤다. 나는 음악 잘 모르지만 당신의 음악이 가장 좋았다. 그게 다다.
희정 : 아니다. 음악 좀 들을 줄 아는 것 같다. 어디가 그렇게 좋았나?
오쟁 : 음. 뭐랄까.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하기 위해 웜홀을 통과해야 한다면, 그 웜홀 안에서 들릴 것 같은 몽환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사운드라고 느꼈다.
희정 : 좋다 좋다. 그런데 당신은 누군가?
오쟁 : 영상 만들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잊었나본데 내가 인터뷰어다. 이제부터 질문은 내가 한다.
그게 다인가?
흔히 사람들은 ‘일렉트로니카’ 싱어송라이터, 혹은 ‘인디팝’ 싱어송 라이터 등 수식어를 붙여 나를 부른다. 그런데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한 장르에 정통하지도 않고, 내 음악에는 여러 요소가 섞여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싱어송라이터 오희정. 이게 좋다.
의례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어쩌다가 음악하는 사람이 되었냐고?
친구 따라서 오디션 놀러갔다가 덜컥 붙어서 운명적으로 시작했다는 식상한 스토린가?
나 지금 소속사도 없고 레이블도 없다. 어디 덜컥 붙은 적 없다.
그러면 어릴 때부터 바람만 불어도 머릿속에서 소리가 음표로 전환되는 음악 천재로서의 삶이 주어졌었나?
나 지금 소속사도 없고 레이블도 없다니까? 그리고 나 악보 볼 줄도 모른다.
그냥 말해달라.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다. 어느 날, 음악 동아리 친구가 공연하는데 보컬이 없다며 음악 덕후로 소문난 나에게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대학 축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전공은 그냥 내팽개치고?
미술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음악이 더 좋았을 뿐. 그리고 나 전공 안 버렸다. 앨범 커버 내가 디자인한다 찡긋.
그러더라. 앨범 크레딧을 보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어쩌고 등등..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더라. 욕심이 많은 사람인가? 아니면 남을 못 믿나?
역질문 하겠다. 당신은 영상 작업한다고 했는데 기획, 촬영, 편집, 색보정 모두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가?
내가 다 한다.
거 봐. 왜 혼자 다 하나? 모두 전문 분야가 따로 나뉘어 있는데.
나는 천재니까.
아.... 나랑 완전 같은 이유다.
남에게 맡기면 다 돈이니까.
그거다. 가난한 창작자에겐 1인 크리에이터의 제작 방식이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다. 내 재능의 최대치를 뽑아야만 한다.
그럼 오로지 돈 때문인가?
물론 아닌 부분도 있다. 홈레코딩으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직접 관장하다보니 기동성 있고 순발력 있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가 다 만들었어!’ 하는 자부심도 물론 있다. 기회가 되면 약은 약사에게 맡겨보고 싶기도 하다.
그럼 이제부터 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눠보겠다.
잠깐만. 내 음악 장르의 역사적 계보나 사운드 텍스쳐에 관한 뭐 이런 이야기는 안 하나?
삐용삐용- 취우우우우웅~ 하는 소리가 많이 들리던데 그 사운드가 신기하고 좋더라. 음. 그렇다.
하려던 질문을 계속하길 바란다.
아니다. 본격 음악 토크를 진행해보겠다. 당신은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뭐 있다고 본다. 음악이랑 무슨 상관인가?
당신의 'Freckles' 앨범 커버를 보면, 마치 두 안테나로 외계의 신호를 수신하는 헤어스타일과 범상치 않은 눈빛을 하고 있다.
뭐 그렇다고 치자. 뭘 물어보려는 건가.
외계 지적 생명체를 만난다면 어떤 앨범의 무슨 트랙을 가장 먼저 들려줄 텐가?
음악적 질문, 참신하다. 만난다면.. 2013년에 발매된 'Everybody here wants you back'에 수록된 첫 번째 곡, ‘Compliment a sunshine(칭찬은 햇빛)’을 들려주고 싶다. 가사도 보컬도 없어서 음악적으로 소통 가능할 것 같다.
칭찬은 햇빛? 무슨 뜻인가?
그냥 햇빛을 되게 좋아한다. 남들은 그늘로 걸을 때 나는 일부러 햇빛 쪽으로 걷는다.
2018년 여름에도?
뭐든 예외가 있다. 이번 여름이 그렇다. 아무래도 칭찬은 그늘과 에어컨인 것 같다.
세상이 차가워질수록 / 많은걸 빼앗길수록 / 난 뜨거워져가 / 죽지마 / 죽지마 ‘Don’t die’의 가사다. 죽지 말라고 계속 외치고 있다. 누구에게 하는 메시지인가?
내 자신이나 혹은 주변 친구들이 힘든 시기를 겪었을 때 위로가 되었으면 했다. 또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좌절했을 때를 떠올렸다.
오, 그러고 보니 시위나 투쟁 현장에서 틀면 에너지 받을 것 같은 노래다.
맞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던 시기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My Place’, ‘Song for me’ 등 대체적으로 가사들을 보면 위로의 코드가 있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인가?
나 냉혈한이다. 차갑고 매정한 편이다. 그러니 내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은 사적으로 말 걸기보다는 내 음악을 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음악적으로 어디까지 도달하고 싶나?
멋있는 지점까지!
질문을 바꿔야겠다. 어떤 뮤지션이 보기에 멋있나?
라디오헤드가 멋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도전하고 실험하는 태도가 멋지다. 나도 어느덧 앨범을 적게 낸 편은 아니다. 누군가는 중견 가수라고 하더라. 앞으로도 완성도를 떠나서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본인 음악 들으면서 ‘나 좀...천잰데?’ 라고 생각한 적 없었나?
당연히 있다. 나뿐 아니라 자뻑은 모든 창작자의 필수요소인 것 같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한 적 없나?
난 항상.. 내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객관적으로 천재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마인드가 없었다면 작업을 진즉에 때려쳤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항상 자뻑이 날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작업한 곡들은 들어보니 너무 별로여서 발매 직전에 취소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뻑과 자조가 공존한다.
음악 이외에 무슨 일들을 하나?
돈 되는 일을, 이것저것 많이 한다.
우리는 왜 작업 자체로 돈을 많이 못 벌까?
유명하지 않아서다.
우리는 왜 유명하지 않을까?
그거야 뭐.. 우리가 예술계 메인스트림에 속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팔로워 몇 만씩 거느린 SNS 스타도 아니니까.
나도 각종 SNS 시도 안 해본 것은 아닌데 잘 안되더라. 거기에 쏟아야 할 시간과 노력도 감당하기 어렵고. 그래도 시도 중이다. 언젠간 뜰지도 모른다는 신기루를 향해 망상만 계속 품고 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작업을 발표했을 때 반응할 사람들의 범위에 욕심을 부리는 것이 결국 나만 힘들게 만들지 않는가? 기준치를 내리고 지금의 조건에 만족하는 삶의 태도를 진지하게 고려해야되지 않을까? ‘내일의 나는 좀 더 유명해질거야!’ 라는 헛된 생각을 버린다면, 나는 작업에 더 집중하게 되고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 당신은 어떤가?
공감한다. 인지도와 실력이 비례하는 세상은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가난한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작사, 작곡, 편곡, 노래, 프로듀싱, 앨범커버, 심지어 ‘Freckles’ 곡은 뮤직 비디오까지 직접 작업했는데, 거기에 적극적인 SNS 활용을 통해 더 전략적인 예술가가 되라고 주문하는 건 내겐 벅찬 일이다. 물론 그 일을 잘 하고, 그게 어울리는 예술가도 많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지금처럼 혼자 집에서 매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고 가끔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조건이라면, 이 정도 가난이라면 나는 만족한다.
오, 뭔가 득도한 사람 같다. 난 아직 세속적 욕심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래서 당신은 앨범을 발표했을 때 현재 반응에 만족하게 되었나?
그건... 아니다. 한참 부족하다.
만족한다며?
지금 정도의 가난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리스너는 더 많아져야 한다.
소비자가 많아지면 창작 조건도 바뀔 텐데, 이어지는 말 아닌가?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안녕하세요~ 오희정입니다! 오늘 제가 뭘 했냐면요” 라고 매일 업로드하는 유튜버가 갑자기 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거라는 얘기다. 물론 그렇게 하면 더 유명해질 가능성이 많은 세상이다. 하지만 시대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묵묵히 좋은 음악을 발표하다보면 듣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 난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다.
내가 이 질문을 하면 리스너가 최소 1명은 늘어날 것 같다. 당신 음악은 어디서 듣고 구매할 수 있나?
여러 사이트에 올라와 있지만, 나를 위한다면 밴드캠프에서 내 곡을 들어주길 바란다. 스트리밍으로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수수료가 별로 없어서 창작자의 통장으로 많이 들어오는 플랫폼이다. 좋은 음악이 많이 공유되는 사이트이기도 하다.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 물어보겠지 뭐. 답하겠다. 첫 번째 솔로앨범 이후로 공연을 안 했었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이제 밖으로 나가고 싶고 공연을 해볼 참이다. 10월 26일에 홍대 앞 아이다호에서 신곡 공개와 함께 공연이 있다.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뮤지션을 지원하는 ‘미원창고’ 공모에 선정되어서 내게 매칭된 영상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고, 그 날 공연과 함께 발표한다. 많이 와 달라.
인터뷰이의 동의를 얻어 실제로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인터뷰이의 구체적인 표현과 말투는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