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았던 책을 꼽으라면 정희진의 <혼자서 본 영화>다. 다큐멘터리 <송환>을 여성사로 해석하는 정희진의 통찰력과 더불어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은 욕망을 참아가며 읽었다. 예술가란 스스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슬픔의 강이 되어야 한다는 대목이 특히 기억난다. 이 책에서 정희진이 극찬한 <가족의 탄생>을 봤는데 정말 시대를 역행하는 명작이었다. 언제나 믿고보는 정희진 책. 서재에 정희진 컬렉션 만들어야지.
내게 올해의 발견은 (이미 스타지만) 최은영 작가였다. 입소문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쇼코의 미소>에서는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가 특히 좋아서 연달아 4번은 읽은 것 같다. 거칠게 요약하면 최은영의 소설들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이야기인데 최근 5년간 내 마음도 정주할 곳 없이 휘날리는 갈대라 ㅋㅋ 특히 공감이 간다.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는 <그 여름>, <모래로 지은 집>이 좋았다. 팬이 되어버려서 신간 나올 때마다 구매할 것이다.
11월에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어서 읽었던 책. 김유정문학상에 수상된 단편들을 모아놓았다. 확실히 2018년은 영화고 책이고 전시고 간에 여성들의 작품이 더 좋았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듯 싶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세 단어를 넘기지 못하고 눈의 초점이 상실되는 정지돈 정도만 제외하면 대체로 다 재미있다. 수록된 정이현의 <언니>처럼 나는 타인을 관찰하는 소설을 좋아하나 보다. 타인을 관찰하는 소설로는 황순원의 <모든 영광은> 이라는 단편을 가장 좋아한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한강의 <작별>이 읽었을 때 가장 강렬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사람이 되어 점점 없어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우연찮게 이 책을 읽고 나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을 보다가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를 읽었다. 90년대에 발표한 이 단편에서는 여자가 식물이 되어간다. 식물은 계속 뻗어가서 뒤틀린 생의 의지를 내보이지만 눈사람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점점 없어진다. 한강이 시대를 해석하는 메타포일까.
저자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하는 여성 작가다. 겉으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혀온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아니 대처했다기보다 일방적으로 '당해 왔는지'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병을 거리두기해서 바라볼 줄 알고, 이를 풀어가는 필력이 대단하다. 우울증이 어떤 것인지 걸리지 않고서야 영원히 모를 테지만 그것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지.. 또 내게는 지극히 당연한 정신적인 컨디션이 어떤 이에게는 평생토록 염원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정신적, 육체적 학대자로서의 엄마와 피해자로서의 딸의 특수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피학대자가 학대자로부터 벗어나길 원하고 원망하면서도 끝까지(심지어 죽음 이후에도)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대한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에세이는 언제나 끌린다.
김목인이라면 이런 책을 썼겠지? 이런 문장을 썼겠지? 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게, 단백하고 유머 넘치는 책이다. 일의 디테일만 다를 뿐이지 창작하는 사람의 일상은 모두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예술가가 1인 가게라고 생각하고 입간판을 걸어보자는 김목인의 제안에, '나' 라는 사람은 어떤 간판을 걸어야 할까 고민해봤다. 김목인이 단백한 콩비지같은 음악 가게의 사장님이라면, 나는 이 음식 쪼금 저 음식 쪼금 개발하다가 그 어떤 단골도 못 만들어내고 있는 '예술 잡상인' 이라고 간판을 걸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고민해볼 계기가 생겨서 이 책을 읽었다. 다자연애에 관심 있어서 읽은 것은 아니고, 세상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의 사랑과 가능성을 알고 싶어서였다. 책은 전체적으로 노잼이었으나 개념 자체가 처음 접하는 거라 나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뜻하는 폴리아모리에서 '다자연애'보다는 '비독점적'에 포커스를 맞춘 연애를 상상해봤다. 그게 무슨 형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일반적' 연애에서 나는 반걸음정도 멀어진 것 같다.
황현산 소설가가 별세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우리 누나 친구의 아버지라 장례식장에도 갔었다. 평소 트위터에서 자주 봤었고 또 <밤이 선생이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사소한 부탁>도 펼치게 되었다. 보들레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해석해온 황현산 선생의 우직하고 순도 높은 문장들이 담겨 있다. 그 나이대의 어른과는 다르게 페미니즘을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20대에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지금 다시 읽으니.. 별로다. 한줄평을 하자면 이렇다.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을 총살한 살인자의 심리를 쿨-하게 대변하는 소설.
다들 명작이라길래 읽었다. 단편집인줄은 몰랐다.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대성당> 전까지는 정말 읽기가 괴로웠다.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짜증이 밀려왔다. 참고 견딘 보람이 있었다. 마지막 <대성당>은 그 모든 것들을 상쇄할 정도로 좋았다. 감동적이었다. 원래 앨범 하나에 명곡 하나만 있어도 본전 이상이다.
다들 명작이라길래 읽었다2 ....가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던져버렸다. 한마디로 재미 없다. 고독한 장군 서사 하나도 관심 없다.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 황승택
<백래시> / 수전 팔루디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