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간헐적 단식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 왜 시작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1일1식 전도사인 이웃블로거 페루애님의 글에 세뇌를 당했던 것인지, 1일1식의 창시자(?)라고 불리우는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유튭 강연에 홀린 것인지, 그때 건강상의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지 밥 먹기가 굉장히 귀찮았던 것일 수도 있다. 확실히 다이어트는 내 목적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한지 2주만에 9kg이 빠졌다. 다이나믹한 변화였다. 우리 사회에서 30대 중반이 몸무게가 감량되는 것,정말 흔치 않은 일이긴 하다. 배가 살짝 나와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단식법을 시작하고 군인 시절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주변인에게 너무 살이 많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살짝 신경이 쓰여 지금은 2kg을 늘린 상태다. 이제 살 찌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긴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단식의 장점은 요즘 많이 설파되어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1년이란 시간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로지 건강을 생각하는 투철한 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한 가지 생활습관을 반복하다보면 별다른 이유없이 그것을 지키게 된다. 깨고 싶지 않은 일상의 루틴이랄까? 이게 그냥 깔끔하다고 느끼고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엄격하게 지키지는 않는다. 가령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명절, 여행지에서는 자리가 마련되는대로 그냥 막 먹는다. 혼자 있을 때도 새벽 2시에 너무 출출하다 싶으면 거침없이 라면 물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에는 새벽에 라면이나 야식을 먹는게 일상이었다면, 지금은 한 달에 두 세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다. 나는 16:8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한 끼는 100살까지 살 것처럼 채소, 과일, 요거트를 섞어 샐러드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저녁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다. 끼니 시간 이외에는 간식을 먹지 않는다. 처음 6개월은 무진장 배고팠다. 그러나 배고픔을 마침내 참아내는 그 고통을 즐기는 변태적 희열이릴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간헐적 단식이나 1일1식은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보니까 알겠더라. 이 식습관에 가장 접근하기 좋은 조건의 사람들이 따로 존재한다. 바로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주로 자택에서 근무하고, 친구가 별로 없고, 특히 애인 없는 1인 가구의 프리랜서' 다. 그게 바로 나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이 안 되면 단식을 본인 생활의 루틴으로 정착시키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