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 사는 벗님 @floridasnail 님의 알콩달콩한 이벤트를 빙자하여 아내에게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플스님 고마워요. 그리고 조만간 보게 될 @lanaboe 님도 생큐~!^^
스와미!
내가 당신을 부르는 참 오래 된 이름이네.
우리 신혼 무렵이었지?
서로가 부를 별명을 짓자고 하여 수십 개의 별명을 서로가 지었던 기억이 나.
그 중 모든 별명은 사라지고 남은 별명-스와미-
‘스스로를 주관하는 존재’-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였던가?
그때 지어진 내 별명은 ‘타타’ 였고...한동안 잊고 있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쓰이고 있네.
‘바람처럼 걸림 없이 오고가는 존재’ 라는 뜻이었지.
그리고 삼십년이 흘렀다.
걸림 없이 사는 남자에겐 아마도 딸 둘을 시집보내고 싶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ㅎ
우리가 학교 선후배이다가 사귀게 되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만화로 그려 스팀잇 초창기에 연재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역경 끝에 맺어진 우린 그 후 삶이 어떠했을까?
그래서 결혼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끝~!!!
이게 보통 동화 속의 결말인데 말이지.
신혼시절의 내 글씨를 보면 당신에게 드리는 엽서만한 시가 있었지.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시가 있다고 하면 부러워할지 모르지만-그건 막상 함께 살아보면 채워주지 못한 공간에 울려 퍼지는 돈 안 되는 메아리 같은 건지도 몰라.
햇빛 진한 날 포도알 익고
사위어가는 장작불에 밥 뜸 들 듯
인연이 돌아와 우린 만났거니
익은 밤 툭-떨구듯 서로 앞에 나타났거니
먼 옛날 우린 서로에게 무엇이었을까?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과거의 하늘 날면
반짝이는 기쁨 사이마다 구슬픈 사연도 많아
만남과 헤어짐이 어찌 한 번도 어김없을까?
지금 우리 살아가는 뒷길에도
기막힌 별리의 날 다가오고 있을 거라
우리여 이 날을 사무쳐 사랑하세
물이 한없이 아래쪽으로 흐르듯
우리도 한없이 허물없는 만남을
향하여 가세
1992년 겨울 한치선 쓰다
난 아마도 이번 생만이 아닌 수많은 생에 우리가 만나고 또 만나고 또또 만났던 기억의 파편들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야. 아마도 매번 헤어짐을 맞아서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 무렵 당신에게 썼던 글이 좀 먹었길래 최근에 다시 리메이크한 것이 있으니 이거야.
하늘의 뜻이 아니어도 좋다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아도 좋다
한번 본 가슴에 들불이 번져오고
천지를 사를 듯 사랑 벅차오르니
내일부터 해가 해가
동쪽에 뜨지 않아도 좋다.
百千의 江이
거꾸로 치솟아도 좋다
우리 가슴에 사랑의 불
타오르는 동안에는
하늘의 뜻이 아니어도 좋다
그 당시 부모의 뜻은 하늘의 뜻이었고
우린 하늘의 뜻을 이기고 결국 사람의 뜻을 이룬 경우였기에 이런 엄청난 다짐을 했던 게지.
이젠 만난 지 30년이 넘은 지금- 당신에게 무슨 노랠 바칠 수 있을까?
싱그럽고 풋풋한 시절은 이미 아니다.
호랑나비가 후리지아에게 바칠만한 그런 노래는 아닐 것이다.
우리 젊은 날의 모습이 통통 튀는 생콩이었다면- 이젠 메주다.
그러니 된장이 익어 우러나온 간장 같은 사랑..................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그런 것일게다.
설탕으로도 마요네즈로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
그런 사랑을 오늘도 내일도 담아두고-문득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며
서로를 보고 깔깔깔 실없이 웃어보고 싶다. 그대야!^^
2018년 초여름 그대의 메주된장 타타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