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다. 졸리면 자라.
시간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이 늘 피곤한 사람이 넘쳐난다. 그렇게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며 억지로 잠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피곤해 죽겠는데, 어거지로 눈 뜨고 한 일 중 제대로 잘 한 일이 살면서 몇 개나 되는가? 수업시간에 졸음을 참으며 열심히 필기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펼쳐보니 글씨는 휴먼졸림체에 침자국이 가득한 노트가 몇 권이었던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졸리면 잠깐 자고 맑은 정신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가르치셨기 때문에 나는 피곤하면 일단 잠을 자자는 주의다. 특히나 졸릴 때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면 피곤할 때 쉬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진짜 30분만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개운해져서 같은 일을 훨씬 짧은 시간에 더 잘 해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타인은 내가 30분을 잔 것에 집중할 뿐, 얼마나 일을 더 잘했는지에는 관심이 없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그냥 잠을 참으며 그 시간을 버켜내는 게(정확히는 낭비하는 게) 더 이득이다. 그렇다. 명백한 손실이다. 그런데도 이게 이득인 이유는 상대의 관심이 잘못된 곳에 집중되어있고, 대개 이런 경우 상대는 나보다 윗사람이라 그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나에게 해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14시간 정도 잠을 잤다. 이렇게 긴 시간 푹 잠을 잔게 얼마만인가 싶다. 몸이 피곤하지 않을 순간까지 잠을 자다 일어나니 완전 새사람이 되어 깨어난 것 같다. 너무 상쾌해서 날아갈 것 같다.
한 때 '잠은행'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오늘의 잠을 포기하고 하루 밤을 새며 버티는 것을 잠은행에서 대출받았다고 표현했다. 대출을 받는 건 좋다. 레버리지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대출을 받았으면 상환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갚고 있는가? 잠은행 대출을 못 갚을 지경이 되면 커피와 에너지드링크 같은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린다. 그 이후에는?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하다보면 잠을 갚지 못해서 파산에 이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오랜만에 잠은행에 잠을 갚았다. 솔직히 원금은 못 갚고 이자만 낸 수준이긴 하지만 한결 마음이 가볍다. 졸릴 때 그냥 잘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