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생각#4] 공짜 국수 한 그릇

tangerine(54)
Published in
#kr
Words
314
Reading
2 min
9y
Listen to this post
~2 min

동네에 새로운 쌀국수집이 오픈했다. 자주 지나는 길목에 있는 가게라 나중에 가봐야지라고 마음먹고 있던 차였는데, 오늘과 내일은 오픈 기념 무료 시식을 진행한다고 하길래 가봤다. 마트 시식코너처럼 국수 몇 가닥을 주는 그런 시식이 아니라 실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푸짐한 한 그릇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좌석수가 10개 남짓한 작은 가게였다. 6시가 채 되기 전이었고, 그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은 아닌터라 바로 국수를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가보니 이미 무료시식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한 10분 정도를 밖에서 기다렸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가게 안에 들어가니 곧 먹음직스런 쌀국수가 한 그릇 나왔다. 이 쌀국수 집은 다른 곳에서 장사가 잘 되는 인기 있는 가게라고, 새로운 지점을 오픈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역시 쌀국수도 아주 맛있었다. 그렇게 나는 무료로 저녁을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

image

무료 시식을 하러 온 손님 중 60~70%는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들이셨다. 보통 쌀국수집을 갔을 때보다 월등히 아주머니 손님의 비율이 높았다. 아마 무료 시식을 진행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신 것 같다. 주인 입장에서 어쨌든 지역주민에게 확실히 어필을 한 것 같긴하다. 물론 무료 시식을 한 손님 중 얼마나 다시 찾아올지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계속해서 아주머니들이 찾아주는 쌀국수 맛집이 될 확률은 높지 않을 것 같다. 내가 가본 쌀국수가게 중 그런 곳은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짜는 없다.

그렇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는 등가교환을 좋아한다. 손해보기 싫기 때문이다. 오늘 내일 무료 시식을 한 손님들이 적어도 한 번은 그 가게를 다시 찾아서 쌀국수를 사먹었으면 좋겠다. 주인이 생각할 때 1번의 무료시식이 몇 회의 재방문과 동일한 가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0번은 재방문은 아니라는 거다.

나는 다시 그 쌀국수집을 찾아갈 계획이다. 기본적인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나에게 공짜 쌀국수를 한 그릇 대접해준 것도 다시 가고 싶은(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어쨌든 주인에게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우동 한 그릇이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한 때 정말 유행이었다. 우동가게 주인의 배려를 잊지 않고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가게를 찾은 모자가 있었기에 이 이야기가 더욱 감동적일 수 있었다. 오늘 국수 한 그릇을 먹은 사람들도 다시 그 가게를 찾아 쌀국수 국물만큼이나 따끗한 미담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image

[귤생각#4] 공짜 국수 한 그릇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