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생각#15] 인간이 기계보다 잘하는 것

tangerine(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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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리를 비우기 위해 그리는 그림이다. 정확히는 색칠놀이다. 칸마다 번호가 써져 있고 그 번호에 맞는 물감을 칠하면 된다. 어렸을 적 미술시간이 된 기분이라 나름 재밌다. 그러나 붓질을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상한 모양으로 생각 작은 칸을 칠하는데 하다보면 물감이 칸을 삐져나가기 일쑤다. 그렇게 한참 칸에 맞춰 색을 칠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는 정확하게 칸을 맞춰 색칠할텐데'

내 손은 그렇게 뛰어난 테크닉을 갖고 있지 않아서 칠할 때마다 칸을 벗어나게 물감을 칠하고 만다. 그리고 넓은 칸을 칠할 때 물감의 색도 균일하지 않다. 어떤 부분은 물감이 많이 칠해져 색이 진하고, 어떤 부분은 물이 많이 섞여서 색이 연하다. 그러나 이 그림을 컴퓨터로 칠하면 어떨까? 포토샵에서 채우기 도구로 간단하게 클릭만 하면 칸에 딱 맞게 색을 칠할 수 있다. 백날 칠해봐야 나는 포토샵만큼 정확하게 색을 칠할 수 없다.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Variation

이미 칸의 모양과 색이 다 정해져 있는 그림이라도 인간이 칠하면 모든 버전이 다 다르다. 단 하나도 같은 버전이 없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100번을 한다면 100가지 종류의 그림이 생겨날 것이다. 정확한 디렉션이 있었음에도 인간은 여러 가지 변주를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기계(AI)가 칠한다면 어떨까? 이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디렉션 하에서 예외가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정말 정확하게 색칠을 해낼 것이다. 이것을 '인간의 손의 테크닉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우연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래에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력해야 할까? 인간은 인간이 잘 하는 것, AI는 AI가 잘 하는 것을 해야 한다. 정확하고 빠른 것은 인간이 잘 하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인간에게 내재된 변주를 어떻게 가치로 바꿀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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