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17 김녕해수욕장
자전거 여행자중에는 종주 인증등록을 위해 인증 수첩(4000원)을 구입하고 각 인증부스에서 빠짐없이 인증 스탬프를 찍어 인증등록을 받는 사람도 많다. 제주도 같은 경우는 용두암에 있는 제주시 관광안내센터에서 인증 수첩도 팔고 인증등록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용두암을 두 번 방문해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자전거 여행 최대의 묘미는 완전한 “자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증절차” 같은 것 조차도 마음에 거슬려 인증 스탬프는 처다 보지도 않았지만 제주종주를 위한 중간중간의 이정표로 인증부스를 목표로 하는 게 편리하게 생각되어 인증부스에서 출발하면 중간에서 거의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런데 성산에서 김녕까지가 유난히 길고(29km) 식사를 바로 한 뒤라 졸음도 쏟아지고 목도 말라 길가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마라톤이나 장거리 라이딩을 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힘든다고 중간에서 쉬게 되면 더욱 하기 싫고 힘들어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전거 여행
인생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삶 자체가 고통이고 자전거여행은 이 고통스러운 인생의 압축 판이라고 생각하면 별 부담이 없다. 아무리 힘든 육체적 고통도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자전거여행을 정신적, 육체적 훈련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나와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따라 나선 J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삼다도 제주의 거친 역풍이 지쳐버린 초보 라이더 J를 심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내 뒤를 1m 내로 바짝 붙어 드리프딩(Drifting)하면 훨씬 쉽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자꾸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페달을 밟으면 허벅지가 아픈 게 원칙인데 다른 부위가 아픈 것은 그 부위가 약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진구 사이라도 여행을 같이 가게 되면 싸우는 경우가 많은 데 육체적으로 힘든 자전거여행, 등산 같은 경우는 사선에 선 군인 같은 전우애가 생겨 오히려 진한 우정이 생기기도 한다. 극단의 고통은 인간을 순수하고 겸손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교만하고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던 J의 변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풍차
4시 30분에 김녕해수욕장 인증부스에 도달했다. 해변가에 즐비(櫛比)하게 늘어선 풍차가 인상적으로 보였다. 위험한 원전을 대신할 청정 에너지 생산을 모토로 내건 이 정부가 심혈을 기우려 추진하고 있는 대체 에너지 생산의 일환으로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원자력 발전소는 초창기 체르노빌 수준의 불완전한 원전이 아니다. 사고 날지 모른다고 비행기를 타지 않을 수는 없듯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고 값싼 원자력 발전을 두고 온 산등성이 나무를 베어내어 태양광발전, 풍력발전을 주력으로 한다는 건 무지몽매(無知蒙昧)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김녕해수욕장(金寧海水浴場)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이 한문 평(平) 자를 이룬 모양을 하고 있어 ‘김녕’이라고 불리는 김녕마을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거대한 너럭바위 용암 위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예전에는 성세기해수욕장이라고 불리었는데 성세기는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한 작은 성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코발트 빛 맑은 바다와 질 좋은 모래는 김녕해수욕장의 자랑으로, 여름에 물놀이 하기는 그지없이 좋은 곳이다. 인근에는 갓돔, 놀래미 등을 갯바위 낚시로 잡을 수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만장굴이 위치해 있어 여름 불볕더위에는 동굴피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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