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끌렸던 건 아마도 샛노란 색의 표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란색이 식욕을 돋우는 색깔이라 했던가.
하지만 이 강렬한 노란빛은 나의 독욕을 돋우었다. 보통의존재. 제목을 보았을 때 왠지 나에게도 '보통의 존재'
즉 너도 나와 같은 별것 아닌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보통의 존재들이 그러하듯 이석원 역시 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엇다. 마치 흔히 사람들이 겪는 일들이었다.
그는 상대방과 모든 비밀이 없어졌을 때, 신비로움도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여기서 신비로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사랑도 식어버렸다'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싶으며,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사랑에 빠져버리는 '나'와는 반대의 성향이었다.
물론 사랑의 기준은 모두 다르므로 무엇이 옳고 그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기준에서 그는 사랑에 관한
지독한 영세주의자처럼 보였다.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하지만 실상은 이책 속에 있는 그대로일 것이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고, 배신도 당해보고 감동도 느끼는 예측불허의 삶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거기에 더해 공평하다고 느낄 수 없는 사회, 부조리하게 보이는 현실들을 쉴 새 없이 목격하게 되는 사회는 사실
'보통의 존재'로 남기조차 힘들게 만든다.
또한 이석원은 '헤어지는게 잘하는 것인지는 헤어져 봐야 안다. 그게 문제다.' 라고 말했다. 남녀 관계의 문제 그 이전에, 말이라는 건 한 번 내뱉고 나면 어떤 의미로든 주워 담기 힘들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 마음가짐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쏘아붙였던 비수들이, 폭풍우가 지나간 뒤 후회를 동반한 화살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의 변덕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모르는 일이고, 사람일에 끝이라는 건 정말 없으니, 애초에 기대를 접으면 실망할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이기에 쉽게 망각하고 또 기대한다. 참 어렵다.
책을 다 읽고 돌이켜보니 보통의 존재. '보통'이라는 말을 '일반적인', '평균적인'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처음에 우리의 삶과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하다고 행각했던 그의 삶이 사실 그는 전혀 보통이지 않았던 것이다.
서른아홈의 생을 살아오며 그는 한때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으며,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를 읽었고, 건강조차 잃어 빵과 김치도 먹을 수 없게 된 그. 전혀 평균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글 앞에서 모두 보통의 존재다. 삶에 대한 특별한 의미부여를 걷어내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관조 한다면 그의 얘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으며 우리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멍하게 보낼 뻔했던 시간을 이 책과 함께 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사람냄새가 짙게 났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