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짝수가 숨겨둔 달의 하루 초겨울
목울대를 흔들며 젖은 저녁을 만지작거리다 도착한 곳
작아진 운동화를 신으며 사라진
말에 대해 오래 들여다봤다
몰래 국화의 신음을 본 날,
체형을 바꾼 말을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굵은 다리로 걷는 소나무 곁을 지나
눈 안의 수분을 얼마간 덜어냈다
새의 지문, 그 지문에서 흘러나온 길
위에서 현기증이 났다
지상과 지표가 서로 닮아갈 무렵 주름진
나이테를 팽팽히 문지르자 피득피득 입이 지워졌다
달의 최전방에서 빠져나와 근육이
튼튼해진 콧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가로등은 더 붉어지고 점점 두꺼워지는,
방을 건너는 달의 젖가슴이 부러웠을 뿐이야 그곳에서 새의 울음이 새어 나왔지 취기를 콕콕 파먹으며 강허달림의 미안해요를 듣던 날이었어 바닥까지 질질 끌리는 목소리는 젖은 휘파람이었을까 취기인지 추위인지 부들부들 눈동자가 흔들렸어 차라리 눈을 감았지 그때 알았어 눈물은 바다의 일종이라는 걸, 아니 해를 삼킨 달의 수증기라는 걸 아무도 없는 후미진 골목 끝에 숨어 흐느끼는 고양이라는 걸
겉이 뾰족한 겨울에서 나온 바람에게
눈을 다치고서야 손가락은 더욱 세밀해
지고 민감해졌다
가질 수 없는 문장을 내어놓았다
주소를 잃은 쉼표가 비로소 뚜렷하게
찍히던 홀수가 숨겨둔 달의 날,
흙의 비늘이 까칠해지고
그늘지지 않는 마당에 딱딱해진 달빛이
지들끼리 뒹굴던 그 때,
오후 9시 15분의 국화는 무릎을 꿇어야
했지 그러자 무릎 문양이 순간 양귀비꽃처럼 퍼지기 시작했어 무릎은 예전에 양귀비꽃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안에서 들리는 16분음표는 즉석복권의 은색부위를 노리는 그늘진 동전을 말리는 듯위태로워 보였어 타클라마칸사막에 벗어놓은 신발 같았지
발바닥을 핥던 입술을 태우고 달려가던
그 해 겨울
#......오늘 이웃님들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은 '강허달림의 미안해요'입니다
선물처럼 삼월의 2/3 지점에서 죙일 눈이
내리는데요 꽃 피울 준비하던 나무들은
많이 놀라는 중일 거예요
■강허달림 - 미안해요 ■여기를 클릭하면 음악이 나옵니다
&......강허달림은 1974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어요 신촌 블루스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맡았고 블루스계의 디바라고 불리고
있어요
오늘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저 시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까닭이예요
저 시는 아마 5년 전쯤인가 지인의 초대로
방문했던 지인의 집에서의 파티를 회상하며 쓴 시인데요 지인의 집은 폐교를 인수하여 아주 근사하게 개조한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이었어요
몇 개의 방 중 황토로만 만든 방엔 한 면이 온통 통유리였는데요 그날 유리창 밖의
달빛에 비친 바깥 풍경과 강허달림의
이 노래가 마치 씨실과 날실 같았지요
참 묘한 분위기를 짓던 겨울밤이었어요
오늘 아직까지도 눈이 내리는데요
어쩜 겨울의 마지막 뒷모습이 아닐까 해요
참 고마운 겨울입니다
※......지금 오븐에선 호박고구마가 익어가고 있어요
이 사진은 무료사이트에서 데려왔어요
이런 날
십오촉 알전구를 켜면
겨울 오후4시의 햇살 같은
분위기가 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