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자
--정승화
콧등을 쓰다듬던 물칸나는 더 붉어지고 그런 칸나의 등줄기로 숨어드는 저녁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여자, 초승달 뜨는 밤 눈썹을 베끼다 몰래 꽃의 신음을 본 날부터 연한 눈동자로 말귀를 알아 듣는다 먼지만큼이나 가벼운 여름에 태어난 여자
말라가는 저녁 곰팡이가 핀다 발목 잘린 곰팡이가 자궁을 꺼내 놓고 번식한다 서툰 이름을 지어주고 쉽게 쉽게 먹혀버린 그늘의 부스러기, 폭염에 들뜬 혀를 들키지 않으려 단조의 인사를 건넨다
고장난 밤을 고쳐드릴 게요
그 밤에는 장맛비 대신 폭설이 내리죠
먹구름을 박박 문질러도 끝내 멀쩡한 구름은 돌아오지 않아요
먼지보다 가벼운 여자가 먹어치웠거든요
그 후로 배가 부르기 시작했어요
의사가 고칠 수 없는 숲을 지나 지네 발만큼이나 여러 개의 구멍을 가진 외나무다리를 건너 신선도를 알 수 없는 의자에 앉았지요
옷은 입지 않았어요
중지에 힘을 주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4B연필을 쥔 남자류 향해 다리를 꼬고 있어요
어떤 증상인지 자꾸 머리가 붉어지고 허리가 가늘어지기 시작했죠
그리고는 다리가 하나로 달라붙기 시작했어요
손이사라지고 목이 사라지고 다리가 사라지고 짧은 머리와 길다란 몸뚱이와 갈라진 혀만 남기고 사라졌어요
허물을 벗고 양면거울을 들여다보는 물오른 여자, 비늘 하나에 별 하나씩 감추고 반짝이는 여자, 물렁한 뼈를 움직이며 물칸나 곁에 누워 흐른다 연한 눈동자를 오래 들여다보며 잠깐 꽃치마를 입었었던 붉은 여자
🎶...오늘 이웃님들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은 레이 피터슨의 로라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입니다
■Ray Poterson - Tell Laura I Love Her■여기를 클릭하면 음악이 나옵니다
갑자기 이 노래가 듣고 싶었다
가난한 연인이었던 토미와 로라
자동차 경주에 나간 토미의 차가 전복되어
죽음 앞에 놓은 토미가 유언을 합니다
"로라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
오직 로라만을 사랑하다 죽은 토미를 위해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로라
🥀,,,맨드라미 같은 암막 커튼을 쳐 놓고 이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난다
내 사랑도 저 맨드라미꽃 사이에서 나오지 못 할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이제 사랑보다는 삶의 평안 곁에서 지낼
나이인데 아직도 붉음의 변두리를 서성거리는 오래된 여자가 측은해 보여서
문득 눈물이 핑~돈다
왜 나는 아무리 낡아도 여자이고 싶을까
문득 왼쪽 팔목을 본다
외출도 안 하는데
몇 달전부터 밤낮없이 저리 주렁주렁
차고 있다
이것은 외로움에 대한 심적 표출일까?
외로움은 굉장히 주관적이라서 누군가에 의해서 덮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그때 우리는 그것을 허~하다고 에둘러
말하곤 한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진다고
저 햇살의 색감이 아련해지는 시간에 나도 덩달아 아련해져 간다.
나두 로라처럼 내 외로움을 위해 기도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