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어서 가
가서 니가 쓰고 싶은 가면을 고르렴
해골의 가면을 쓰고 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쩍쩍 갈라진 광야로는 가지 말고
서약에 맹세하는 그 꽃길로도 말고
확신을 가지고 현명해 질 수 있는 곳으로
부디 가지 말고
매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해 줄 곳으로 가렴
말을 더듬거리지 않아도 되고
깨진 유리에 찔려 따끔거리지도 않아
널 온전히 찾아 드러내 놓을 수 있지
거기가 가장 먼 곳이야 비이성적인
야생동물의 구애처럼 수줍게 널 보렴
이제 더 이상 침대에서 하루를 보낼 필요 없어
니가 구하던 그 세상에서 니가 원하던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꿈을 하찮게 여기면 안 돼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사랑은
언제나 빼곡히 진실해
폐허에서도 꽃씨를 떨어뜨리고 배가 불러오지
송신기나 안테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 해 저 너머의 채널까지는 잡아내지 못 하니까
사람이 하나도 없는 길 위에서 작은새처럼
우는 너를 만나더라도 겁낼 필요 없어
어떻게 시작하더라도 니가 쓴 가면은 곧 벗어도
될 거야 니가 원할테니까 힘을 키웠어
보렴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잖아
군중 속에서도 오직 너는 너야
언제든 가면이 필요해지면 기꺼이 내어 줄게
밤공기를 열고 바람이 불어. 건너가렴
동쪽 빛의 곁으로 어둠에도 어둠이 떠나는 곳
기형의 언어로도 소통이 되는 곳
계단은 내려가거나 오르거나 어떤 용도로든
가능하니까 나가 봐 돌아올 수 있으니까
아
아늑해
물이 따뜻한 거기 첫,의 시작이 시작된 곳
아들같은 태양이 솟고 딸 같은 달이 드러나는 곳
물 위를 걷고 있나 봐 너는.
쌍둥이처럼.
모든 것이 헤프닝이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