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갈빗대 사이에서 발아한 그 무엇.
어둡고 비린 내 어미의 바다에서 흘러나와
긴 시간을 거쳐 내게로 왔다
처음 눈을 떴을 때 꽃
처음 눈을 감았을 때 달
잉태되는 순간
불이었고 물이었고 그 사이의 길이었다
길을 내주어라
흐르게 두어라
허락 받지 않은 그 땅을 향해 밀주를 싣고 간다
꽃을 밟으며 달빛이 양보한 길을 간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루머를 흔적으로 남기며 흐른다
내게 부여된 그 시간들을 거침없이 빨아대며
하나씩 하나씩 붉은 루머를 피운다
지금, 내 눈에서 흔들리는 것은
어제와 내일을 혼합하여 빚은 밀주 같은 것.
중독성이 강하다
사랑을 독살시켜버린 그것.
떠나보내고 또 떠나보내도
끊임없이 내게로 회항하는.
나와의 거리 999km에서 날마다 잠 드는 너는
얼룩무늬의 별
이제
한 때 두 때를 지나
회항하는 너를 피해 고개를 돌리고
내 갈빗대를 쓰다듬다 흘러 나오는
바람의 문장을 사막물가에 몰래 새겨두고
다른 흔적을 지운다
비토리오 그리골로의 노래를 들으며
물색없이 그림자만 키우던 낮을 기억해 낸다
뻐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