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읽지 않으면 감정이 메마르는 기분이 든다. 오늘이 딱 그 타이밍이었다. 요 몇일 두껍고 어려운 비문학 책을 읽어 제끼다가, 갑자기 문학책이 읽고 싶어졌다. 언젠가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둔 오은 시인의 "유에서 유" 를 들었다.
말에도 맛이 있다면 이렇게 찰질까. 말장난으로 예술을 한다면 이런것일까. 읽으면서 계속 감탄했다. 예를 들면 이런 작품.
절반이라는 짠한 말(p168), 반의 반(p136), 폼(p134), 다움(p79), 아찔(p15)
문학을 한다는 것은 그림을 그릴때 처럼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물론 현대미술은 여기서 끝난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을 전형적인 예술의 언어, 즉 시에서는 언어이고 페인팅에서는 물감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포인트에서 오은시인의 언어유희는 단순한 포현을 넘어서 마치 미술작품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 했다.
말로 장난을 하는데 그것은 시집 전체가 그의 놀이의 결과물이고, 놀이터임을, 심지어 나는 그 놀이의 결과물을 마주하면서 문득 들이치는 개그에 피식 피식하다가도 준비도 목하고 마음이 쿵 하였고 시집의 귀퉁이를 자꾸만 접어댔다.
순간은 가볍지만 시간은 가볍지 않은 삶을 살아야 겠다고 말장난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