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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야. 갑자기 반말로 이야기하니까 좀 어색하지? 실은 나도 어색해. 가즈아 태그는 처음 써보는 거거든. 맨날 존댓말로만 하다가 어색하게 왜 갑자기 가즈아태그 달고 반말이냐구? 오늘 이야기만은 '스텔라'(본명아님)라는 한 개인의 입장에서,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20대후반 젊은이 남자의 입장에서 풀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나는 여러분들에게 오빠나 형일 수도, 아니면 동생일 수도 있지만, 그냥 책을 읽고 느낀 솔직한 내 심경을 일기처럼 써보기 위함이니 갑작스런 반말에 너무 위화감 느끼지 않았으면 해 ㅋㅋ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얼마전 실검에 레드벨벳 아이린이 떠있던 거 봤어? 나는 레드벨벳 팬은 아니지만, 여자친구를 통해서 '82년생 김지영'이란 도서와 아이린 그리고 팬들(걔네들이 팬들이 맞긴 한가 모르겠지만 -ㅅ-) 사이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해들었어.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사를 두어개 훑어보니, '뭐야 저게.. 또라이들 아냐?'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더라구. 그러던 차에 여자친구가 나한테 한 번 읽어보라면서 책을 선물대여해 줬고, 이 자리를 빌어 간단한 감상을 남겨보려 해.
아, 혹시 82년생 김지영이란 책과 아이린의 에피소드를 처음 들어본다면, 초록창 검색 or
@yourhoney님께서 정리해주신 글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
완전 잘 정리해주셨으니깐! (+ 띵언도 많이 남겨주심! 허니님 존경..글 완전 잘쓰심) ㅋㅋ
먼저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은 소설이야. 소설 뒷표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을 풀어낸 소설이지. 82년생이면 나보다 열 살정도 많으니 30대 후반일텐데, 책의 초판연도가 2016년임을 고려했을 때 작가는 '30대 중후반의 한국 여성'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설정하려한 것 같아. + '김지영'이라는 이름 또한, 실제로 82년도에 태어난 여자아이 중 가장 많은 이름이라고 해.
여러분이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읽어봤다면 이야기가 정말 쉽게 통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서 책 내용을 조금만 이야기해 볼게. 소설은 김지영씨와 그녀의 어머니가 자라면서 겪어온 경험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풀어쓰는 형식으로 전개돼. 남자아이를 낳지 못해서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했던, 그리고 자신의 첫째, 둘째에 이어 셋째마저 딸임을 알게 되었을때 낙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김지영 씨 어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국민학교 시절 번호순으로 식사를 하던 때 '남자아이들은 앞번호, 여자아이들은 뒷번호'였던 탓에 밥을 느리게 먹는 자신은 식사시간 내에 밥을 다 먹지 못해 늘상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어야만 했단 이야기, 여자라는 이유로 면접에 떨어져야 했던 경험 등.. 이루 말할 수도 없이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대한민국에서 지극히 평범한 한 명의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려내고 있단 거야.
사실 오늘 할 얘기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야. 아니, 지금 내 글을 읽고있는 여러분이 남자라면 명확히 말해서 '내 이야기'는 아닐 거고, 어머니나 누나, 혹은 여자친구의 이야기가 되겠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건 남자인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해줄게.
제목에서 '감상'이라고 쓰긴 했지만, 난 사실 여러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먼저 남자들에게만 얘기할게. 우리 남자들은 절대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김지영 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어. 왜냐구? 우린 겪어본 적이 없거든. 여자가 아니니까. 우린 한국 땅에서 남자로 태어나 남자로 죽을 운명이기에, 여성이 되어볼 수 없기에 절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 그러니, 섣불리 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거짓말하지는 말자.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근데 중요한 건 말야.. 그들을 이해할 순 없어도, 그들이 계속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얘기한다면 그들의 말에 귀기울여볼 필요는 있다는 거야.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째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하는지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거야. 그냥 들어만 보라고. 나쁘지 않잖아? 만약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or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읽어보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어. 나도 그랬거든. 근데.. 사실 우리 남자들도 소설주인공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아본 적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시를 들어볼게.
내가 유럽으로 여행을 갔어. 프랑스 가서 에펠탑도 보고, 영국 가서 런던아이랑 웨스트민스터궁도 보구. 재미있게 여행을 하고 있었지. 근데 갑자기 어떤 서양인이 다가와서 나를 보고는 양손 검지를 이용해 눈꼬리를 치켜올리고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어. 동양인의 생김새를 비하하는 거지. 또, 내가 알지못하는 말로 뭐라뭐라 큰 소리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네? 알아듣지는 못해도, 내 욕을 하는 것 같아. 바로 인종차별의 현장인 거지. 나는 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멀리 유럽까지 여행와서 쟤들한테 욕을 먹어야 하지?
위 예시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내가 '동양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불합리하고 어처구니없는 대우를 받게 되었다는 거야. 난 최근 여성들이 '불합리함'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과거 흑인들이 노예로 지내던 시절이 떠올랐어. 장애인 차별이나 출신지 차별, 여성 차별, 모두 근본은 똑같아. '강자의 약자에 대한 차별' 여성이 왜 남성에 비해 약자냐구? 소설 읽어봐.. 반박하기 힘들걸? 그리고 여성인권문제를 자꾸만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나 단순한 남녀간의 갈등 정도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이것 역시 차별에 대한 이야기야.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차별에 대한 저항을 뜻하고. '동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성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 역시 잘못된 거고 불합리한 거라구.
내가 앞에서 '이 이야기는 우리 남성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한 거 기억나? 맞아.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차별받는 것처럼, 우리 남자들 또한 서양인들에게 동양인이라고 차별받는 때가 있어. 다른 조건은 모두 똑같은데 '동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받으면 기분이 어때? X같지? 아마 지금 목소리를 내는 여성분들 모두 같은 기분을 겪었을거야.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동남아 사람들이나 노인들, 장애인들에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린, 불합리와 부조리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해. 우리 모두 현명한 사람들이잖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약자를 배려해야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잖아? 노약자석 자리양보 해봤지? 그러니 내 여자친구가, 아니면 주변에 있는 여자 사람 친구가 '여자라서 이런저런 일로 인해 불합리함을 느낀다'고 얘기하면 귀기울여 들어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뭐가 잘못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스스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고치면 돼.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그들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면, 진심을 담아 사과하면 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사회시스템이나 정책, 인식을 개선하려 발벗고 나서는 건 아마 어려울 테니까. 또, 아마 여성들도 거기까지 바라진 않을 거야.
그리고 여성분들에게도 몇 마디만 할게. 여자친구랑 여자친구 어머니가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펑펑 울었대. 너무 자기 이야기 같아서. 아마 내가 여성 독자였더라도 '김지영'씨의 인생을 내 인생에 비추어보면서 읽었을 것 같아. 그냥.. 책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더라구. 여성분들 중에는 아마도 책을 통해 처음으로 불합리함을 인지한 사람도 있을 거고(아마 거의 없겠지만), 이미 불합리함을 오래도록 느껴온 분들도 있을 거야.
내가 하고싶은 말은.. '한국여자니까 어쩔 수 없지'란 말로 불합리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해. 흑인들이 인종차별 반대운동을 했을 때, 백인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해서 목소리를 내는 걸 그만뒀다면 지금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불평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는 순간 그 불평등은 '당연한 것'이 되는거야. 불합리함을 인지했다면, 목소리를 내어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해야 해. 미국에서 인종차별 사건이 한 번 일어났다 하면 흑인들이 막 다 때려부수고 하는 장면 본 적 있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사회에서 약자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어.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회사를 고발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인식을 가진 남자친구에게 단호하게 그건 아니라 얘기하고, 어머니가 집안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아버지에게 빅엿을 날ㄹ.. 부당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상대적 강자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그 중에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가 생겨나고, 그들의 인식도 차차 개선되어갈 수 있어. 여성들이 흑인들에 비해 부족할 게 뭐가 있어? 자신감을 가져. 여러분의 삶의 주인은 여러분이야. (여러분 마음도 모르는 남자가 말만 번지르르한거같네. 미안.)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 안그래도 피곤한 목요일저녁에 더 피곤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 그냥 소설 읽고 느낀 감상을 기록한 독후감 같은 글이니, 대충 읽어보고 흘려보내도 돼. 아니면.. 책 한번씩 읽어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