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등신대-노자규-
때이른 아침
서연이 아버지는 매일 남들과
똑같이 출근을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달려가는 이들과는 다르게
손에는 오늘도 전단지 한 묶음이 들려져있습니다
생업을 포기한 채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쉼 없이 올라오는 마음을 달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오늘도 집을 나섭니다
2000년 4월 4일
그날 이후로 아빠의 마음은
이미 종착역에 다다른 검은 눈물이 된지 오래입니다
딸을 찾는 일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아빠
서연이는 아빠의
모든 것을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전단지에 희망을 가지고 나가서
절망을
매달고 돌아오는 하루를 살지만
그것을 지탱할 수 있었든 것은
실낱같은“내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둥치고 비 내린 마음을
쓸어내리듯 홀로 길 위에 서서
길가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전단지를 다시 주어
호호 불고 팔꿈치로 닦아서
이 한 장이 서연이를
찾을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빌고 빌었습니다
벌써 13년이란
시간의 한계에 지친 아버지는 뚜벅이가되어
건조한 모래사막을 걷듯
알량해진 길을 걷고 걷다
놀이터에 앉아
깔깔거리며 신나게 웃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천진 앞에
밑동이 드러난
망부석이 되어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저 웃고 떠드는 아이들 속에
"내 딸 서연이가 있다면..."
저 솟대 위에 새처럼
훨훨 날수 있는 그런 날이
아버지에겐 언제 올는지“
텅 빈 하늘이 아빠의 마음을
닮아가는 하루가 그렇게 흘러갑니다
“혹 딸이 찾아올까 봐”
이사도 할 수 없습니다
지쳐 돌아온 현관 문 앞에
언제나처럼 서연이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신발은
서연이를 잃어버린 그날부터
그 자리에서 움직여진적이 없다
망연히 고객 숙이고
내려다보는 서연이 신발
지친 아버지의 눈물이
그 신발에 고여든다
한 방울두 방울 모여
그 작은 공간에서 강을 이룬다
내 심장 같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오늘도 홀로 귀로에선 아버지는
삶에 지쳐
빛바랜 앨범을 만지작 거립니다
아직도
유치원복에 “별님 반”이라는
선명한 명찰과
냉장고에 붙여진
"아빠 힘내셔요 사랑해요”
라는 쪽 편지
딸이 머문 그 흔적조차
날아갈까 꼭 쓸어안고
빨간 이파리 같은 핏물을 흘립니다
오늘은 서연이 생일입니다
케이크 위에
19개의 초가 켜져 있습니다
서연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며 생각과 감정을
나누든 지난날들이 마주 섭니다
떨어져 있던 세월이 얼마이든 ~
“ 손끝이라도
좋으니 만질 수만 있다면..”
돌아설 수 없는
끝자락에 묻어오는 이 아픔
죽어서야 잊힐 이 기억을..
딸깍거리는 오래된 선풍기처럼
몸이 힘들어 지는것보다
기억이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게
마음이 더 아프답니다
날짜가 덮어놓은
시간 마디마디를
닥치는 대로 헤매고 다니며
몸이 백 개 천개가 되고 싶은 아버지
내 아이를 찾을 수만 있다면
몸이 백개 천개가 되어서라도
서연이가 있을만한 곳은 모두
가보고 싶었기에
시장통
길거리
학교 앞
지하철
육교 앞 버스정류소
사람이 붐비는 곳에는
늘 아빠가 있었습니다
아빠의 찾고 싶은 마음을 대신해
세상 모든 곳을
동시에 찾아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아이를 찾는 아빠 "
등신대를 만들었습니다
이리저리 헤매 다니며
좀더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에 맞춰
지나가는 학생들이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지나가는 회사원들이
가슴과 가슴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있는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연이 아버지가 되어주고 있었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햐얀 천에 새겨진 글씨
"힘내셔요
서연이 꼭 찾으실 겁니다"라고
잃어봐야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
아버지는 가슴속이
빈 무덤되어 매일매일 마음에 편지를 넣어둡니다
가슴으로 주어진
이 길을 또 걷고 걸으며
아빠는 바닥끝에 난 마른 눈물마저 삼키며 오늘도 기다림을 이어갑니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자식을 마음에 새기고
가슴으로 품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입가엔
늘 소리없는 독백이 흘러나옵니다
"이별을 알았더라면"
-당부의말씀-
위글을 옮기실땐
“출처:노자규”를 꼭 밝혀주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