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keep the Memory Someday you may lost
상업사진을 시작한지 딱 7년만에 처음으로 온전한 저의 사진관이 생겼습니다.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사용하던 스튜디오는 있었지만 이렇게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제 스타일에 맞는 사진관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왠지 가슴이 뜨겁습니다.
왜 사진관 이름이 유실물보관소이지? 처음 이런 생각이 드는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유실물보관소는 7년 전 저와 후배가 함께 운영했던 영상제작소의 이름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기억은 언젠가는 잊혀진다는 뜻으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는 제작소 이름을 유실물보관소라 지었습니다. 결국 각자의 삶의 무게 때문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그 프로젝트는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제 마음 한 곳에는 어떤 미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관 이름을 유실물보관소라고 지었습니다.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이라는 어쩌면 저의 고집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인물초상사진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처음엔 흑백필름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흑백필름을 사용하는 사진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흑백필름만으로는 제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도 들었고, 어떤 정형화된 특정한 작업보다는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촬영을 하고 싶었습니다.
디지털이나 아날로그냐를 생각하기 전에, 그냥 조금 느릿느릿한 사진관을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사진관에 와서 빨리 어색한 한장의 사진을 찍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필름이든 디지털파일이 든 최종 인쇄물로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작업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그리고 먹고살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인데, 라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아내는 제가 돈을 쫓지말고, 원하는 사진을 찍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구요, 참 멋진 말이고 참 멋진 아내를 두었나봅니다. 사실 저는 좀 심심한 사진을 좋아합니다. 스냅작가로 일을 하다보니 화려한 사진을 찍고 있지만 예전 제 사진들을 보다가 보면, 이게 같은 사람이 찍었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중에도 풍경보다는 사람을, 그리고 인연이 닿은 사람들의 초상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살았던 곳이 아니라 그들의 눈빛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실물보관소는 좀 낡아빠진 방식으로, 구닥다리 사진관으로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아직 구상중이나, 아마도 마음에 안들어하실 분도 분명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유실물보관소라는 이름처럼, 저는 현재의 기록을 하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번째는 톤 작업 외에는 포토샵을 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대상에 대한 어떤 편견도, 인위적인 참견도 하지 않는다.
세번째는 모든 작업은 인쇄물로 끝낸다.
촬영은 디지털이 든 필름이든 35m 판형은 24 컷을, 120m 중형은 10컷을 기준으로 의미없는 공셔터를 누르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는 저에게도 촬영을 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긴장감과 사진에 대한 집중을 높이기 위함이며,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쉬워지는 이 때, 한 컷이 담는 그 시간의 의미를 기록하기 위해서 입니다.
문론 앞으로 운영을 하면서 운영에 따른 시행착오를 격으며 보다 유연하고 모두에게 좋은 사진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겨우 11평 정도의 작은 사진관이다 보니, 시설좋고, 넓은 사진관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을 다 찍기엔 한계도 있고, 이렇게 구석의 작은 사진관까지 구태어 찾아올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사유하는 공간으로 한장의 사진으로 자신의 시간을 기록해 두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이들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먼길이라도 찾아오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