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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뒤, 지하철을 탈 때는 한 손에 꼭 책을 들고 나간다. 예전에도 고백한 바, 독서를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스팀잇을 한 뒤로 책이 읽고 싶어진 데다 모두가 핸드폰을 하는 시공간에서는 괜히 나만 더 심심해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멍때리는 것도 좋지만 그건 버스에서 한다. 차(버스) 안에서 글자를 보면 멀미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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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핸드폰 문자를 잘만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달팽이관, 아니 귀가 전반적으로 예민한 건가. 내가 특별히 예민한 게 아니었으면 싶은데, 귀가 거의 안들리시는 식구 덕에 큰 목소리와 높은 티비 볼륨(요즘은 바둑만 보시지만) 이 일상이 된 이 집에서는 나 혼자서 시끄럽다고 괴로워 할 때가 많다. 방문을 닫고 귀마개를 해도 소용이 없다. 하긴 내 이름을 하루에도 수십번 애타게 외치시는 또 다른 식구 덕에 아예 안들리는 것도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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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오빠’ 10번만 불러. 라고 했던 <효리네 민박> 이상순이 생각난다. 이효리의 이쁘고 고운 목소리여도 하루종일 불러대면 지치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뭘 좀 해달라고, 이리로 오라고 부르는 거니까. 하지만 그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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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 있을 때 지인의 추천으로 <효리네 민박> 을 처음 보았다. 그 지인은 <윤식당> 도 추천을 해주었다. 한창 사람과 일 속에 지쳐있던 그녀에겐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었겠으나 나를 위한 추천은 아니었다. 나야말로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삶이 내 삶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나는 오히려 신나고 박진감 넘치는 프로가 훨씬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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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이제 한 달. 티비에선 또 <효리네 민박> 과 <윤식당> 의 각각 2탄이 방영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따로 힐링할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차마 볼 수가 없다. 아르헨티나에 두고 온 삶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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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한창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스팀잇에서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던 글이라 애정이 남다르다. 고백하건데 이 글은 네이놈 블로그에 혼자 일기 쓴 것을 옮겨온 것이었다. 하루 방문자 수가 3 정도 되는데 굳이 90%를 비공개로 포스팅한 곳이지만 컨텐츠를 재탕했다고 혼내시면 꾸증을 듣겠다. 당시 스팀잇엔 여행기만 써왔던 터라, 과연 이 곳에 내가 평소에 쓰는 글을 써도 괜찮을까 고민하다가 올렸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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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네이놈에 써놓은 글들을 보았다. 이 곳에 쓴 글보다 더 진솔하고 확신에 차있다. 아무래도 편해서 그런 거겠지.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기에, 우리집 사정같은 것을 구구절절 늘어 놓을 일도 없었다. 앞으로는 먼저 그 곳에 글을 쓴 뒤, 멀끔해 보이면 스팀잇에 가져와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 그건 그거대로 귀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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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우연히 스팀디에 들어갔는데 마침 스팀잇을 시작한지 100일이라고 나와 있었다. 내게 스팀잇이 어떤 의미인지 한번 쯤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스팀잇을 하며 새롭게, 그리고 다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가장 잘 알게 된 것은, 내가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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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라고 물었던가. 여러모로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인지, 이번엔 한국에서도 나름 마음 편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태평한 나의 모습에 불안한 사람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니 마음대로 살아라 시던 아빠는 내 집에서 언제 나갈거냐 채근하기 시작하셨다. 한국에서 일을 구해야 하는 걸까. 아르헨티나에 언제 돌아갈 지 모르는데. 정말 돌아가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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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특별히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맛있는 것도 없고 갈 때마다 피부는 다 뒤집어지는 걸. 그런데 그 곳에 두고 온 것이 있다. 천천히 흘러가는 평화로운 시간, 그리고 부르면 한달음에 달려와 주는 사람. 언제까지 그리워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