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밋업’을 했습니다. 사실 밋업이라는 말보다는 ‘만났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자리였어요. 저는 어색한 만남을 끔찍하게 생각합니다. 미팅이나 소개팅도 단 한번 해본 적이 없어요. 낯을 가린다기보다는 낯선 만남을 가리는 편입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31세기형 미인이라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저는 시대를 잘못 만난 미녀거든요. 제 블로그니까 제 마음입니다.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그것대로 또 두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온라인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팀잇에서 진솔한 글을 나누다 보니 마음을 많이 주게 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래도 실제로 만날 자신은 없었어요. 오히려 더욱 안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나 서로 인상이 좋았는데, 환상이 깨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화요일..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chocolate1st 님(이하 쵸코님) 께는 죄송하지만 읽고도 몇 시간이나 못본 척을 하고 있었어요.
@saloon1st 님(이하 살룬님) 과는 만나자는 이야기가 장난처럼 오고간 적이 있습니다. 살룬님이 댓글에서 ‘한국오면 얼굴 한 번 보자’고 하는데 싫지가 않더라구요. 일단 살룬님이 마음에 없는 소리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신기하게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저는 미꾸라지처럼 피해다녔지요.
그런데 더는 도망갈 구석이 없었습니다. 본전도 못 찾을 것 vs 만나고 싶다 의 내적갈등이 있었습니다. 카톡하면서도 한참을 주저하고 시간을 끌었더니 나중엔 살룬님이 그냥 오지말라며 ㅋㅋㅋ 쓰고 보니 저 정말 구리네요.
사실 이 글도 어제부터 한참을 썼는데 서론만 2페이지는 되는 것 같아서 지우고 다시 쓰는 거예요. 그만큼이나 저에겐 큰 일이었습니다.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만나러 나갔습니다. 만나서 웃고 떠들고 싶더라구요. 날 불러준 게 기쁘고 고마워서라도. (사실 숯불 닭갈비가 먹고 싶어서 나간 것도 있어요..)
아시다시피 모든 것은 저의 기우였습니다. 평일에 낮술하자는 사람들 치고 안좋은 사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오죽하면 못하는 술도 꿀떡꿀떡 들어가더라고요. (물론 다른 분들의 3배로 느리게, 덜 마심)
많은 분들이 여성으로 오해하실 정도로 감성적인 글을 써주시는 쵸코님은 시원시원한 반전매력의 소유자였고, 살룬님은.. 아시죠? 진국인거. 마음에 없는 말 안하고 속 깊은... 제가 느낀 그대로였습니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합류해주신 @feyee95 님(이하 미동님) 은 또 얼마나 반갑던지. (취해서 더..) 배려와 위트로 술자리를 더욱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주셨지요. 살룬님이 1차, 쵸코님이 2차, 미동님이 3차를 쏘셨습니다. 저는 다트비용만 부담했어요. 외국인이라고 한국 돈을 못쓰게 하시더라구요..
화기애애한 이야기 중에 많은 아이디가 나왔습니다. 반가운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 사람도 이 자리에 있었으면!’ 싶었어요. 제가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 ‘누구지?’ 하며 궁금해진 분들도 계시고요. 활동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도 없고, 스팀챗이나 단체카톡방도 이용해 본 적 없고,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도도 현저히 낮은 저는.. 아직도 새파란 뉴비었습니다.
말길도 못 알아듣고 아는 거라곤 1도 없는 제가 답답할 법도 한데 그저 우쭈쭈 해주며 좋은 눈으로 바라봐 주신 세 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우리는 절대, 그 날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었네요.
원래는 후기 글을 안 쓰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글에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끼실까봐요. 사실 저처럼 마음은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오프라인 만남을 주저하시거나, 상황이 안되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혹시라도 ‘그들만의 친목’ 으로 보여질까봐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살룬님한테 받은 김부각 자랑을 너무 하고 싶어서 써요 ㅠㅠ 제가 사먹는 거 말고는 남이 해준 음식 먹을 일이 거의 없거든요. 근데 누군가 나를 생각하며 (오바 시작...) 먹을 거리를 만들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참 기쁘고 고마웠어요. 정성과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아참, 칼몬드도 가져 오셨어요. 살룬님의 사연있는 먹거리들을 이렇게 나눠 먹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통해 이미 나의 영혼을 엿본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제 우려와는 달랐습니다. 생각한 이미지와 같으면 같은대로, 다르면 또 다른대로 반갑고 즐겁더군요. 스팀잇에서 정말로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밋업을 할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번엔 운 좋게 넘어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ㅎㅎㅎ
서로 다 다른 계기로 이 곳에 왔지만, 앞으로의 인연은 지금 여기서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기도 하지만, 가볍게 건넨 손에 누군가의 꽁꽁 언 몸과 마음이 녹아 내리기도 합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온정을 주고 받는 스팀잇이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