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커다란 보름달이 아무 것도 없는 남색 하늘 위에 떨어질 듯 말듯 아슬하게 떠서 노을같은 빛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진한 옥색인 줄 알았던 바다는 가까이갈 수록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반짝이고, 붉은 빛이 감도는 밤하늘 아래에서 나는 유유자적 홀로 헤엄친다. 얼마 안 가 멀리서 집채만한 배가 나를 실으러 온다. 의심없이 올라 타, 나아가는 배 위에서 내려다 본 수심 깊은 곳에는 까맣고 하얀 고래들이 온 몸뚱아리를 내비치며 헤엄치고 있었다. 고래라며 소리쳤지만 다른 선객들은 관심도 없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고래가 거대한 도미나 우럭의 모양으로 변하고 말더니 얼마 안 가서는 대왕 오징어까지 무리를 지어 나타나 바다가 거대한 수족관을 연상시킨다.
깨고 나서 이게 무슨 꿈인가 싶었다.
@kimthewriter 님 글에서 본 안시호, @hello-sunshine 님 글에서 본 고래, @sintai 님 글에서 본 붉은 달, @crawfish37 님 글에서 본 도미, @brianyang0912 님 글에서 본 크루즈의 총 집합이었다. @myhappycircle 님이 얼마 전 스팀잇에 관한 꿈을 꾸셨다는데 내 꿈도 스팀잇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대왕 오징어라니. 오징어는 대체 출처가 어디인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한달 쯤 전에 @lovehm1223 님 글에서 오징어순대 사진을 보고 참 먹고 싶었는데 그게 도무지 잊혀지지 않았나 보다.
나 자신에 대한 심오한 물음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해답은 자기안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뜻하지 않게 던져진 이 세계와, 이곳에서 우연처럼 만나 손잡은 타인들로부터 우리는 천천히 해답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dmy 님이 소개해주신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의 저자의 말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가 그간 혼자서 비공개로 글을 써온 이유도 내 안에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속에 있는 말을 토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말하는 사람도 나, 유일한 청중도 나. 스스로가 가장 큰 친구이자 고민 상담가였으며 재판장이었다. 그래서 내가 해답을 찾았을까. 오히려 이 스팀잇 세계에 던져져 예상치 못한 많은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 것이 하고 싶었구나’ 를 새로고침 해나가는 중이다.
그 대신 이 곳에서는 속에 있는 말을 토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해 받기는 커녕 손가락질 받을 거라는 두려움, 익명의 힘을 빌리기엔 현실 속 지인이 나를 찾아낼 것 같은 두려움, 지우지 못하는 과거의 흔적으로 미래에 재단당할 것이 또 두려움. 이렇게까지 쫄보였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자꾸 이 글을 읽는 당신들에게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새어 나가려 하니 문제인 것이다. 감당할 수도 없을 거면서.
쓰고 나니 마치 큰 비밀이라도 간직한 미스테리물 주인공인 줄. 사실 별 것도 없다. 사생활과 속사정을 풀고 싶은데 못그래서 답답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것들을 소설인 듯 써 내려가면 좀 어떨까 싶어 글 서두에 어제의 개꿈을 문학적으로 표현해 보았는데, 독서하지 않은 자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래도 나는 자아성찰과 정신승리하는 글이나 써야할 것 같다(그래도 오늘이야말로 kr-pen 태그를 사용해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개인 사정뿐이 아니다. 나는 지난 경험을 사실감이나 진정성 있게 풀어내지 못한다. 내 ‘여행기’의 글투가 다른 글과 유독 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억이 잘 안나기도 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내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서 그렇다. 그리워할 용기.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 놓고 있다. 그래도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좋다. 허공에라도 나의 마음을 전하는 것 같아서.
@springfi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