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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아직 짐정리도 제대로 안해 방꼴은 말이 아니고, 얹혀 사는 주제에 하루만이라도 나 혼자 있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애가 타게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괴로워서 미안하다. 아니, 더는 미안해 하지 않고 그저 안타까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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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가타부타 일기를 쓰는 것이기에 맨정신이 아닐 것이다. 이 곳에 일기를 쓰는 것이 미안하다. 독자들이 결정할 문제랬는데, 나도 다른 이들의 일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는데, 이런 푸념과 자조섞인 이야기에 시간을 쓰게 해서 미안하다. 댓글을 쓰게 해서도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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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꿈조차 피곤한 꿈을 꾸었다. 팀을 꾸려 학교 건물을 탈출해야 했는데, 각 교실에서 미션수행을 해야 했다. 나 때문에 내 팀원들이 위기에 처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깍두기처럼 방황하는 나를 팀원으로 끼워준 그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얼떨결에 위기를 피했는데, 그 둘은 덫에 걸렸고 우리는 그 방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방을 주관하는 심사위원들이 나에게 컵에 든 독약을 건네며 팀원들에게 먹이라고 했다. 아, 이거 쓰는데 눈물 난다. 일어나자마자 질질 짠다. 독약을 건넬 수 없었다. 소처럼 큰 눈망울로 나를 보는 그 둘 눈에 원망이 서려 있었다. 심사위원들에게 내가 만회하겠다고 애원했다. 그리고 나는 다른 팀원들이 구한 능력을 훔쳤다. 불을 피워내는 능력이었다. 그 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의 전화통화 하시는 소리에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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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 전화를 했다. 할 말이 없었다. 내가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재작년에 한국에 왔을 땐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한국에 잘 적응을 해도 문제구나. 내가 외롭지 않으면, 누군가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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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생각을 해도, 우리집 생각을 해도, 스팀잇 생각을 해도 피곤하다. 앞의 두개는 그렇다치고 스팀잇은 무슨 죄인가. 쓰고 나면 티도 안나는 글 하나에 이틀동안 매달리는 것이 피곤한 것 같다. 남미 여행기는 며칠 밤을 새워 가며 써도, 마음이라도 편했는데. 최근 너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늘어놓고 있다. 어...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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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내 마음대로 보상액에 3을 곱해서 생각한다. 만일 보상액이 $10 이라고 찍히면 오늘 보상액은 $30 이군! 하고 정신승리하며 좋아하는 것이다. 우습다. 보상액에 연연하지 않게 된 줄 알았다. 셀프보팅은 물론이고 @tumble 계정에 링크를 올려 스스로 홍보하는 것도 어느날부터 까먹었다. 명성도 때문에 짱짱맨 태그도 이용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해외소모임 지원도 없다. 팔로워가 내게 기대하는 컨텐츠가 있을텐데 요즘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나 쓰고 있으니....... 전부터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내가 여적 스팀잇에 남아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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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 생각을 안하고 쓰면 나한테나 가치있는 글, 돈 벌 생각을 하고 쓰면 남들에게 가치있는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어쨌거나 둘 다 쓰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치있는 일을 해보겠다고 애쓰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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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도는 혼자 집에서,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티비도 보고 방 정리도 하면서 푹 쉬고 싶은데.... 어차피 집에 혼자 있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오늘은 역삼동 친구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얼굴들인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일어나자마자 이리 툴툴대는 거 보니 걱정스럽다. 이래놓고 막상 만나면 또 좋을 거면서. 강남가는 버스에서 푹 자면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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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했는데 다음주에 보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스타일로 춤과 노래를 준비해 가는 조건으로....... 약속을 미뤄주었다. 내 생애 약속 당일 취소는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 이 순간조차 내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헤롱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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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선, 특히 마지막 두 달은 정말 집순이었다. 침대 위에서 노트북만 했다. 룸메이트 외에는 만날 사람도 없어서 가끔 장을 보러 나갔다 오면 다음날 종아리에 알이 배겼다. 대화할 일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국에 오니 바로 설 명절에 매일 사람들을 만나는 건 둘째치고 동해번쩍, 서해번쩍 이동하며 심지어 약속이 없는 날도 공원에서 뛰고 수영을 하고... 갑자기 삶이 버라이어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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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까지 쓰는 건 무리인가보다. 피곤하다면서 말이 많다. 아니, 약속이 취소 되니까 더 생생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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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도 엄마는 전화를 한다. 목소리를 듣는 것이 괴롭다. 통화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미안하다. 아니, 그냥 안타까워 하기로 했지. 아무리 일기라고 해도 불친절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가 많아 죄송한 마음에 포스팅을 하기 전 내용을 추가한다. 어느 날 우리 엄마는 아이가 되었다. 목소리는.... 음. 얼마 전 나를 찾느라 친구에게 전화하신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친구가 놀라서 전화를 끊어 버린 적이 있다. 할 말은 사실 아빠 쪽이 훨씬 많다. 엄살인 거 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집 없다. 근데 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게 그 엄살 좀 마음 편히 떨어보고 싶어서였다. 읽는 분들에겐 죄송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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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보상거부를 걸었다. 이런 글조차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줘도 모자란 판국에 보상을 받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같아서. 그런데 문득, 보상거부를 걸 바에야 보팅 해준 사람들 글 읽으러 가는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다른 분들 블로그에 통 가지 못한다. 스팀잇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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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쩍 스팀잇을 하는 것에 고민이 많다. 그래서 이 일기 제목도 고민일기다. 14 번에 와서 밝힌다. 오늘은 15번까지 쓰려고 했는데. 스팀잇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골방에 틀어박혀있길 좋아하는 사뭇 폐쇄적인 내가 방 커텐을 걷고, 창문을 열고, 세상구경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였다. (물론 나는 아주 활달하고 사교적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극과 극의 성향이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런데 요즘은 내 블로그에 갇힌 느낌이다. 앞서 말한 듯 글 하나 올리는 데 기본이 반 나절이고, 내 글에 달아준 댓글이 고마워서 나도 진심으로 대댓글을 달다 보면 하루가 모자란다. 대댓글 하나 쓰는 데 30분이 걸리기도 한다. 대댓글을 다 달지도 못했는데 다른 블로그 구경을 간다거나 새 글을 올리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보니, 점점 모든 것이 멈추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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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정성들여 쓴 글을 읽어주길 원할 것이다. 그 글에 댓글이 달리고 보상액이 올라가는 것이 이 곳에 글을 쓰는 기쁨이라는 걸 누가 부인하겠는가. 그러니 내 블로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래놓고 이 글만 5시간째....) 내가 만약 대댓글을 달지 못하면, 이 느려터진 양반이 곧 내 글을 읽으러 오겠구나.. 생각해 주시길 염치없이 바래 본다. 비록 보팅액은 형편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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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이 이상하다. 글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16번을 쓴다. 그 사이 가져갈 게 있다며 집에 온 동생이, 엄마가 만든 돼지고기 반찬을 먹고 구역질을 하며 한바탕 난리를 쳤다. 상한 고기였다. 엄마는 그 고기가 얼마나 오래 됐는지 기억하지 못하신다. 심지어 엄마도 점심에 그 고기를 드셨다. 엄마는 고왔던 목소리와 함께 신체능력, 인지능력, 그리고 미각을 잃으셨다. 나는 요리를 할 운명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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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거부를 풀었다. 내 글은 몰라도, 글에 할애하는 내 시간은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림 by @kimthe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