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쯤 눈이 떠졌다. 잠이 줄었다는 동료의 말에 "그거 나이 들었다는 증거야"라고 말한 50대 부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코인이나 좀 볼까? 운동이나 할까? 아니다 그냥 좀 더 누워있자. 요즘 과로했잖아.'
좀 더 누워있다가 시계를 보니 6시 40분이 되어 간다. 더는 못 누워있겠어서 일어나 핸드폰으로 코인 시세 확인하고 뉴스도 본다. 밥솥을 보니 밥이 없어 쌀을 씻어 안쳤다. 어제 먹던 반찬이 있으니 아침 준비는 이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좋다. 씻고 대충 옷을 입고 나오니 밥이 거의 되어 간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아침을 차렸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첫째가 방에서 웃으며 나온다. 다행이다. 7살 아이도 금요일을 아는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빠, 저도 밥 주세요." 밥을 주고 식탁에 앉아 같이 먹는데 첫째가 밥을 천천히 먹으라며 잔소리를 한다. 딸은 이렇다. 아빠한테 잔소리를한다. 아이에게 주는 밥상이 너무 부실한 것 같아 달걀프라이를 했다. 3개의 계란을 깨 넣어 크게 퍼진 프라이를 한꺼번에 뒤집었는데 아주 깔끔하게 성공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위에는 아직 덜 익은 프라이를 튀지 않게 뒤집는 것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장모님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 출근하는 나와 아내를 위해 아침마다 도움을 주시는 장모님.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 준비를 한 후 아내와 아이, 장모님께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길을 나선다. 이러면 안 되지만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근무지에서의 생활은 여유가 별로 없다. 일정한 시간 패턴에 맞춰 짜인 시간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상. 물론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냥 생략한다. 그냥 나의 하루를 남겨보고 싶은 마음에 쓰는 글이지만 내 직업이 드러나는 게 싫다.
오늘은 금요일이니 외식을 하고 싶어 아내에게 카톡을 하니 아내도 역시 내 마음과 같다. 밥하기 귀찮은 거지...
오랜만에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을까 하다가 피자는 아이 몸에 해로우니 차라리 덜 해로운 짜장면으로 먹자고 한다. 좀 어이가 없지만 짬뽕이 먹고 싶었기에 오케이를 했다.
퇴근하자마자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중국집으로 가 저녁식사를 했다. 두 딸아이는 잘 앉아 먹는 편이다. 그런데 식당에서 나올 때 신발을 신으며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는지 둘째가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을 낸다. 주변 사람들 보기 창피한 마음이 들어 얼른 아이를 안아 나오고 싶지만 꾹 참고 달래본다. 다행히 악을 쓰며 화내는 게 오래가지는 않아 오늘도 성공적인 외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기침하던 둘째가 미세먼지 때문인지 너무 심해졌다. 소아과를 가니 대기인원이 10명이다. 30분 정도 기다리며 책을 읽어줬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갔는데 두 아이가 비타민을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넉넉한 마음을 보이고 싶어 사줬다. 시크릿쥬쥬 손거울에 비타민이 들어있는 상품인데 한 개를 산 게 문제였다. 서로 자기가 가지고 있겠다며 싸운다. 괜히 사줬다는 생각이 든다. 빼앗아 집에 갈 때까지 아빠가 들고 있겠다고 협박하니 서로 사이좋게 양보하며 들고 있겠다고 다짐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8시가 되어 가는 시간이라 얼른 씻기고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게 잘 수록 내 자유시간이 줄어드니 초조한 마음으로 어찌하면 얼른 씻길까 잔꾀를 생각하게 된다. 씨크릿쥬쥬 손거울 안에 있는 비타민은 욕탕에 들어가면 입에 쏙쏙 넣어주겠다는 제안을 하니 기분 좋게 옷을 벗고 들어가니 평소처럼 공갈, 협박, 금품갈취 등 범죄를 저지를 필요가 없어 기분이 업된다. 씻기다 보니 다 씻고 나온 아내가 보여 바톤을 터치한 후 나도 씻는다. 유후~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오늘은 늦은 시각이고 병원에서 책 읽어줬으니 그냥 재우기로 한다. 드디어 나의 자유시간이다. 술을 한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