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안의 그림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잘 난 체하는 꼴'에 속이 틀렸던 것이 가만 보니 얼마나 잘 숨겨놓았는지 저마저도 속인 그림자였던 겁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림자란 드러내기 곤란해서 숨겨진 제 인격의 한 부분입니다. 숨겨져있으니 의식에 속해있지는 못 하죠.
성숙으로 가는 길을 무의식의 의식화라고 여기는 관점에서 보면 이 그림자의 내용들이 바로 내 것이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합니다. 가급적이면 삶의 순간에 그것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도 속속들이 통찰해야 한다고 하구요. 그래서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와져야 앞으로 더 나가겠지요.
요즘 스팀잇의 글을 읽기에도 벅차하고 있습니다. 댓글마저 제대로 달지 못 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꼭 댓글이 달고싶어지는, 끌리는 글들이 보입니다. 헌데 몇 자 적다간 망설입니다. 제 말투가 왠지 꼬여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정작 제대로 알지도 못 하고 깊히 고민한 것도 아니어서 할 말도 별반 없는데 말투만.
그 순간 놀랐습니다. 제 그림자가 발홍하고 있었던 겁니다. 대개 눈치 빠른 분들에겐 보였을 겁니다. 저만 모르고 있는 거지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줄기에 땀이 납니다. 평판이 이렇게도 중요한 작금에.
사실 세상과 담 쌓고 산다면 나를 볼 수 없습니다. 투사할 대상이 없으니. 거울이 없으니 내가 안 보일 밖에요. 스팀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곳이 또 사바세계입니다. 이젠 곳곳이 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소통이 어쩌면, 아니 일방향으로 글 제목만 보면서도 제가 벗겨지고 있네요.
하지만 용기를 내 보려고 합니다. 어쩌겠어요. 저를 더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