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 / 부지영, 2014

soosoo(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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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여행길에 어떤 나라에서 지하철을 내려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다니던 지하철이 갑자기 운행되지 않고 있었다. 파업 중이라 언제 운행될지 모르니 버스를 이용하라고 했다. 대체 인력도 없었다. 지하철은 아예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파업이란 그냥 당연한 권리같은 것이어서 "뭐 내가 지하철 관계자는 아니지만 할 만 하니까 하는거야”란 반응이었다. 거기에 "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느냐"이런 느낌을 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뭐 물론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도 내가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유모차를 힘들게 끌고 계단을 한참 내려온 젊은 엄마들과 헤비급 시장바구니를 양손 가득 든 시민들도 투덜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아 그래요?”란 반응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같은 계단을 내려온 몇몇 해외의 여행객들만이 자신들의 신을 찾으며 (OMG) 탄식하긴 했다. 돌이켜보면 씩씩거리며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불평을 터뜨리며 가장 열받고 있는 건 바로 나, 그리고 함께 간 친구였던 것 같다.

어느날은 한 때 한국은행 앞 쯤에서 택시를 탔던 기억이 있다. 무슨 곡물값과 관련된 집회였던 것 같은데 한쪽 도로를 점령하고 진행을 하고 있으니 한쪽 차선의 두 개의 차로로 그렇지 않아도 밀리는 차도로를 운행하는 참이었다. 택시기사는 연신 투덜거리며 집회를 할려면 자신이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 달리고, 주동자(?)만 대통령을 만나서 담판을 지으면 되지 왜 길거리에서 자동차 운행에 지장을 주느냐고 투덜거리며 연신 “저런 것들 때문에 나라가 이꼴”이라며 우리에게 동의를 구했다.

나는 속으로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보통사람들의 집회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그저 웃고 말았다. 싸우기도 싫고, 그래봐야 뭐하나 싶고, 사실은 다툴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타고 있던 지인은 참지 않았다. 택시기사님에게 “당신도 이렇게 어렵게 살면서 왜 말하고 싶어서 생업을 중지하고 서울까지 올라와서 집회하는 사람들을 핀잔하느냐, 당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얼마나 억울하겠냐”고 한마디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분이 나빠진 우리는 내려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같이 싸우지 못했지만 지인의 말에 내심 후련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때로 거대한 벽 앞에서 억울함을 당하지만, 그럴 때 주변을 돌아보면 아무도 그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함께 사는 사람이 주변에 이렇게 많은데도 왜 그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을까. 귀찬아서이고, 어떻게 도와야할 지 몰라서고, 나도 바빠서고, 또 함께 억울해질까 두려워서겠지. 그래서 점점 더 가족중심이 되고 연고주의적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내 주변 챙기기도 어려운데 사실 누구를 선뜻 돕겠는가. 또 도우라고 종요할 수 있겠으며, 돕지 않는다고 나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카트'란 영화는 해를 넘겨 무려 510일만에 노사가 타결을 보았던 2007년 ‘홈에버 투쟁’을 다룬 영화다. 송곳이란 웹툰과 동명 드라마의 배경도 이 이야기와 동일 사건이다. 노조가 어떻게 결성되고, 서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상을 보여주는 영화 카트는 사실 불편한 진실을 다루고 있다. 그냥 모르고, 혹은 무시하고 지나치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각각의 자전적 이야기다.

영화를 본 후에 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이 남달라 보인다는 평도 있지만, 사실 마트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언제쯤 우리는 내 가족, 내 친구가 아니어도 함께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그저 그 막연한 질문만 남긴 영화. 그래서 추천한다.

참, 사족이지만, 이런 거대기업의 횡포에는 각자의 불매운동만큼 무서운 힘도 없다. 자본주의에서 소비자 한 사람의 힘은 의외로 막강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의 장면들은 상당수 연출이겠지만, 저 사건에서 피해를 보고 힘들었을 실제 주인공들의 용기와 고난에 대해 찬사와 공감을 바친다.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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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영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