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피어스 김입니다.
오늘로 스팀잇을 시작한 지 정확하게 40일이 됐네요. 어쩌다 접한 정보만으로 회원가입을 했고 지금까지 왔지만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콘텐츠 그 자체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문제점도 있지만요. 스팀잇만이 갖는 가치가 있다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스팀잇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그 분들 중에는 스팀잇을 떠난 분들도 계신 듯 합니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분들도 계신 것 같구요. 모두들 나름의 판단이 있으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팀잇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계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스팀잇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는 쪽인데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설명 드리죠.
저는 친구의 권유로 작년 가을부터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달 정도 걸려서 애드센스를 달았습니다. 돈도 안 되는 게 승인 받기는 엄청 어렵더라구요. 제 평생에 고시하고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얼떨결에 사람들이 애드센스고시라고 하는 것을 통과하게 된 겁니다. 사실 큰 욕심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소소하게 용돈벌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건데 이것마저도 과한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애드센스는 기본적으로 물량이 받쳐줘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예요. 애드센스를 달고 나면 내가 올리는 포스팅 하나하나가 구글의 광고판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이게 의미있는 수익이 되려면 일단 광고판이 많아야 되겠죠.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의 규모는 늘어날 겁니다. 여기에 검색엔진에서의 노출 위치가 좋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의미있는 수익을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사실을 알아챈 분들이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포스팅을 10개 이상 올리는 분들이 실제로 있더군요. 들어가보니 어디서 업어와 짜깁기한 콘텐츠에, 인기 드라마 줄거리 적어놓은 것도 있고 심지어는 야한 사진으로 도배를 해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남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하다가 문제가 되신 분들도 꽤 많은 듯 했습니다. 맞춤법 틀리는 것은 예사고 비문 투성이에 편집의 개념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포스팅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3달만에 1000개가 넘는 포스팅을 해버리니 이 분들의 물량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거죠. 물론 검색엔진에서도 나름 이런 포스팅들을 걸러내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분들 중 상당수가 저품질에 빠집니다. 그래서 검색결과에서 뒤로 밀려나요. 그러나 이 분들의 애드센스 계정은 그대로 살아있죠. 일정기간이 지나면 저품질이 풀리고 이 분들은 다시 활동을 재개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스팀잇 관련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일단 콘텐츠를 읽은 사용자가 업보트를 해주고 이것에 따라 글을 쓴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간다는 게 좋았어요. 계정을 만들고 승인을 받는데 이틀 걸렸고 매일 1~2편씩 글을 올렸습니다. 블로그에 써놓은 글들이 있었으니까 여유로웠죠. 점심을 먹고 들어와 한 편씩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주일 만에 애드센스에서 두 달 동안 번 금액의 몇 배가 되는 돈을 벌었으니까요. 그래봐야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저처럼 글쟁이의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티스토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어이없는 포스팅들이 스팀잇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있더라도 맥을 못춘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티스토리에서 돈벌이만을 위해 블로깅을 하시는 분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이 수익은 많은 수는 아니지만 양질의 포스팅을 하는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은 결과는 아닐까요? 퀄리티 있는 전업 블로거들도 하루에 3~4개 포스팅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 분들의 물량공세가 품질을 담보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게다가 블로그는 개인의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에게 퍼블리싱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예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의 의미없는 광고판으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말이죠. 저는 이 분들의 행태를 보면서 몹시도 씁쓸한 심정이 됐었습니다.
만약 스팀잇이 기존 블로그와 큰 차이가 없는 시스템이었다면 벌써 이 분들의 놀이터가 됐을 거예요. 고래들도 이 분들의 물량공세에 나가떨어졌을 겁니다. 그러나 스팀잇에서는 대역폭의 한계 때문에 그런 물량공세 자체가 불가능하고 포스팅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보팅을 받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죠. 그러니 돈벌이만을 위해 포스팅하시는 분들은 들어와 버티질 못하는 겁니다.
스팀잇의 대역폭과 보팅 시스템은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가면 산과 인접해있는 밭에 전기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은 산에서 내려오는 무법자 멧돼지들을 막기 위한 것인데요. 농부가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짓더라도 멧돼지를 막지 못하면 그 해 농사는 종치는 겁니다.
티스토리와 애드센스는 매력적인 서비스지만 콘텐츠의 품질을 가려낼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아사리판이 됐어요. 반면 스팀잇은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글쟁이들의 공간이 되고 있구요. 저는 이것이 스팀잇이 갖는 일차적이고 현실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