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일이 좀 이루어졌으면 좋겠는데...
사람 일이 참 뜻대로 안 된다.
어떤 경우엔 일이 되기는 커녕 일어날 기미조차 안 보일 때도 있다.
이럴 때면 마음이 갑갑해진다.
당장 모든 걸 걷어치워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기다림이 고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럴 때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이때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일생일대의 사고를 치는 순간이다. 이때를 못 참고 사고를 치고는 이후 내내 자기 발등을 찍으며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스 신화에는 시간에 대한 두 가지 개념이 나온다. 바로 크로노스(Kronos)와 카이로스(Kairos)다.
크로노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말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지금 당신 손 안에 있는 폰의 시계가 알려주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카이로스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 또는 순간을 말한다.
월트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인 '라이온 킹'에서 심바는 삼촌인 스카의 음모로 왕위에서 쫓겨난다.
그는 고향을 떠나 머나먼 곳으로 정처없이 도망간다. 머나먼 타향에서 다행히도 좋은 친구들을 만난 그는 그곳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가 마침내 성인 숫사자가 됐을 때 그의 털이 바람에 실려 그의 고향을 날아간다. 그 털에서 그의 냄새를 맡은 아버지의 제사장 라피키는 외친다.
"It is time!!"(때가 왔어!!)
이때 라피키가 말한 그 '때'가 바로 카이로스다.
난 34살이 되던 해 그냥 독신으로 살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하던 일도 신통치 않은데다 5년 가까이 계속된 솔로의 시간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가끔씩 주변에서 소개팅을 주선해주었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 날마다 계속되는 부모님의 걱정반 압력반 멘트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기도 했다. 홧김에 그냥 혼자 살겠노라고 폭탄선언을 할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후배가 주선한 소개팅이 펑크가 난 모양이었다.
갑작스런 대타 요청에 난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그날 난 보통은 하지 않던 선택을 했다.
난 대개 그런 경우 일언지하에 거절하곤 했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수락을 하고 말았다.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단아한 이미지의 여인이 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를 본 순간 내 마음 속에서 그 외침이 들려왔다.
"It is time!!"
그로부터 1년 후 난 그녀와 결혼했다.
사람들은 자기의 욕심대로 크로노스의 시간표를 짠다. 그리고 그 일정대로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답답해 하고 힘들어 한다. 그렇게 조바심을 내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지기 십상인 것이 평범한 우리네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 순간들은 대개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그것은 매우 불규칙적이며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 시간은 불가사의하고 예측불가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진중한 기다림을 요구한다.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조바심에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고 충실하게 일상을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팀잇을 하다보면 조급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보일 때가 있다. 스팀가격의 등락에 어디선가 비명과 환호의 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려온다.
특히 스팀에 투자를 하신 분들이 이런 증세를 보이는 때가 많은 것 같다. 그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난 글 몇 편 올려놓고도 수시로 들여다보는데 투자를 하신 분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 결실의 그 때는 언제 올 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스티미언들이 기다리는 카이로스의 그 때... 그 시간은 생각보다 먼 곳에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담담함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제나 한강다리 밑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같은 담담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