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사는데 뭔가 대단한 것이 필요한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난 마치 뭔가에 씌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었다.
나는 바보 같이 행복에 조건을 걸었다.
이것만 있으면 행복할텐데... 저것만 있으면 좋겠는데...
타당성이 있는지조차 확실치 않아 보이는 조건들로 인해 나의 행복은 미루어졌고 보류되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후회로 남았다.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난 나의 현재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보다 나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처지지도 않는다.
나는 웬만한 성취로는 가서 닿지도 않을, 택도 없는 기준을 내 삶에 추상 같이 적용하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야.."
그러나 그 기준이라는 게 충족되는 날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
내 마음 속 한 켠에서 끊임없이 이런 의문이 떠올랐지만 나는 이를 애써 무시했다.
이를 인정하면 루저가 될 것만 같았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자신의 노력 부족을 합리화 하는 찌질한 루저...
그러나 모든 성취는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쓸데없이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로 삶을 산다 하여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겪고 나서야 얻은 깨달음이었다. 오히려 무심 중간에 가볍게 던진 공이 결정구가 돼 버린 어이 없는 사건을...
난 그때부터 행복을 보류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현재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이후로 내 삶은 가벼워졌다.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 짊어진 여행초보의 짐처럼 거추장스럽고 무거웠던 내 삶..
그리고 삶에는 내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말대꾸를 꼬박꼬박 하기 시작한 초등학교 딸래미와 농담 따먹기를 하고 아들의 핫도그를 빼앗아 먹는다.
집 근처 도서관을 갈 때 일부러 산 속 산책로를 걸으며 단풍 구경을 한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들고 서점 한 구석에 앉아 소설을 읽는다.
전에는 이런 것들이 왜 즐겁지 않았을까?
나는 뭔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은 어리석어서 자기 손에 들고 있는 것의 가치를 몰라본다. 자기 손에 꽤 괜찮은 것들을 들고 있으면서도 시선은 엉뚱한 곳에 가 있기 쉽다.
행복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를 둘러싼 현실은 변한 것이 별로 없다.
나의 시선이 바뀌었을 뿐이다.